기고/실버시대의 국가경쟁력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유엔은 1990년 제4차 총회에서 10월 2일을 국제 노인의 날로 결의를 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의 고령자 비율이 7% 이상 되어 유엔이 정한 ‘고령화 사회’단계에 있지만 곧 14% 이상의 ‘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이번 추석을 필자는 미국 LA에 있는 큰 처형 댁에서 보냈다. 처형 댁 옆집엔 한국사람이 살았는데 6개월 전에 처형 친구의 어머님이 미국에 오셨다가 지병이었던 백내장과 위장병 수술을 전액 무료로 받으셨다고 한다. 미국의 노인복지 정책이 어느 정도까지 발전해 있는가를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미국의 복지국에서는 낯선 이분에게 세심하게 건강 체크를 해주었고 수술과 수술이 끝나고 나서의 요양까지도 적극적으로 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노인복지 정책의 핵심은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의 노인 복지 정책에 다시 한 번 놀랐다. 물론 국가나 지방자치 단체의 재정규모나 노인 치료에 대한 사회적 합의 등 문화의 차이나 경제력의 차이를 감안 하더라도 이러한 세심한 배려의 사회적 분위기가 부러운 것은 사실이었다.

미국은 이미 고령자 파워시대에 진입해 있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압력 단체로 미국은퇴자 협회(AARP)라는 것이 있다. 이 단체는 전직 대통령인 지미 카터, 조지 부시 등을 비롯하여 50세 이상의 삼천만 명 정회원을 갖고 있는 막강한 정치적 압력단체이다. 이 단체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공화, 민주 양당이 경쟁적으로 노인 복지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대한노인회가 중심이 되어 정치권과 행정부에 노인 정책에 대한 각종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2020년엔 총 유권자 중 50세 이상의 비율이 46%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노인들이 대통령을 결정한다는 회색파워(Gray Power)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한다. 그때 가서 울며 겨자 먹기로 노인파워에 끌려갈 것이 아니라, 선진 경로 문화를 갖고 있는 나라답게 정치권과 행정부가 정책개발에 앞장서 나가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세계경제포럼의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24위에서 17위로 올라섰다. 우리나라가 세계 10위 안에 국가 경쟁력을 갖춘 나라가 되기 위해선 ‘노인 인력’의 활용이 절대적이다.

우리 노인 문화를 지배하는 곳은 ‘노인정’이다. 지금은 노인정이 바둑과 장기 그리고 화투로 소일하는 곳이 되어 버렸다. 이 노인정 문화가 노인들의 소득을 보장해 주는 창조적 복지 장소로 전환되어야 한다.

청년실업과는 별개로 노인인력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 단체는 노인의 날을 맞이하여 노인들을 위한 일회성 위안 공연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노인복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실천해 나가는 것이 더 큰 위안과 희망을 드릴 수 있다.

노인인력의 활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식과 문화의 획기적인 변화가 선결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일본은 제도 및 시설 중심의 고령인력정책을 추구한 반면, 미국은 노인이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일할 수 있는 문화를 가꾸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미국이 보다 더 적은 비용으로 노인들의 사회 참여를 확대 시키는데 성공했다고 평가받는다.

우리의 ‘노인정문화’를 창조적으로 전환시키는데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향상을 통한 선진국의 진입도 얼마만큼 노인 인력의 활용을 잘 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원 유 철

전 국회의원·스탠포드대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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