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은 요즘 눈코 뜰새가 없다. 얼마전 국정감사와 교육위원회 감사에 이어 도의회 행정감사까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예산심의도 받아야 한다.
산하는 풍성한 수확과 붉은 단풍으로 풍요와 놀이의 계절인데 경기도 교육청은 각 지역교육청별로 힘들고 고달픈 계절을 맞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것도 넉넉한 예산편성이라 한다면 그나마 마음이 좀 풍요로울지 모르지만 내년도 예산세우기는 칼날 위에 쌀 올려 놓기보다 더 비좁고 어둡기만 하다.
학교마다 긴축예산이 불가피해지고 있는데 학교에서 쓰는 전기료는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교육에 필요한 여러가지 기자재와 사무용 기기는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하고 냉난방 비용도 만만찮다. 예를 들자면 학교마다 에어콘을 설치해놓고도 전기료를 감당할 수 없어 사용하지 못하고 쳐다 보는 일이 생기고 있다. 디지털시대에 살고 있는, 아니 그보다 더 발달된 시대를 이끌어 갈 우리의 귀한 아이들이 아닌가?
학교에서 전기료 때문에 설치해 놓은 에어콘 사용을 못하고 있다니 OECD 국가중 이런 곳은 없을 것이다. 내년에는 꼭 교육용 전기료가 인하돼 학교 재정에 많은 도움을 주고 학생들의 교육환경을 좀 더 쾌적하게 해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펜을 잡았다.
현재 산자부나 한전은 산업용 전기료를 현재보다 올리고 일반용과 교육용을 내리는 방식으로 새 요금체계를 하나로 통합하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산업용 전기세를 올리는 문제가 결코 간단찮기 때문에 교육용을 현재 산업용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강구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전체 전력소비량의 1.1% 수준인 교육용 전기의 1㎾당 단가를 현재 산업용 수준인 60원으로 낮춘다면 전국적으로 1천1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2조원의 순익을 남기고 있는 한전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액수다.
요즘 북한에 200만㎾ 전기를 송전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대북송전에 관련 설비를 갖추는데만 3조5천억원, 그리고 매년 1조원 이상의 발전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다 좋은 이야기다. 그런데 문제는 미래의 주인공이요, 이 나라를 이끌어 갈 학생들이 공부하는 교실에 선풍기 바람으로 학습자료가 다 날아가고 설치된 에어콘을 바라만 보며 땀을 흘리는 점이다. 자린 고비가 천장에 매달아 놓고 쳐다만 보는 굴비와 다를 게 무엇인가. 아직도 학교 연구실에 에어콘이 없는 곳이 많다. 선생님들은 방과후 학생들이 돌아간 어두침침한 교실에서 전기세를 아낀다고 불도 켜지 않고 사무를 보는 분들도 많다. 설치해 놓고 사용하지 못할 에어콘보다는 덜덜대며 사무용품을 날리는 선풍기가 훨씬 낫다는 자조섞인 푸념들도 있다.
요즘 버스표를 파는 부스나 신발 닦는 박스 속에서도 에어콘은 생활화됐다. 이처럼 일반화된 에어콘을 교실에 설치해 놓고도 학생들이 더운 여름을 그냥 쳐다보며 보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
내년에는 학교 예산이 금년보다 더 긴축을 해야 한다고 한다. 성장이고 분배고 모두 좋다. 미래 이 나라의 주인공인 학생들을 위한 교육여건 개선사업을 최우선 과제로 책정, 학생들에겐 학습권을 보장하고 선생님들에겐 사기를 올려주어야 한다.
한전의 전기공급약관 제67조와 제68조를 개정해 현 교육용 전기요금을 인하해야 한다. 정부와 한전은 산업발전보다는 2세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아 학교에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 주고 교육용 전기기자재를 마음놓고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길 기원해 본다.
/이 철 두 경기도교육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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