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면 살얼음이 얼고 집을 나서면 찬 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초겨울이다. 하지만 이러한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의정부 아파트단지에는 주민발의로 ‘공동주택지원조례’ 제정을 위한 청구인 서명작업 열기로 뜨겁다. 공동주택지원조례는 일반주택에 사는 사람에 비해 공동주택에 사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일반주택의 경우 거리에 보안등이 깨지면 정부가 고쳐주지만 아파트 단지 내 보안등이 깨지거나 놀이터 놀이기구가 파손되면 관리비로 고쳐야 한다. 일반주택에 대한 공동방역을 정부가 하지만 아파트는 관리비로 자체 부담해야 한다. 세금을 내고 살면서도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다르게 취급받고 있다면 이러한 점은 개선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파트는 규모에 따라 단지 내 어린이 놀이터나 노인정, 체육시설, 보안등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비용은 분양가격에 포함됐고 입주 후에는 시설물 유지·보수에 소요되는 비용을 아파트 관리비로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역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2003년 11월30일 주택법을 개정, 각 자치단체가 자체 조례를 제정, 공동주택 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일부 지원할 수 있도록 위임했다. 그러나 일부 자치단체는 이같은 사항을 알면서도 조례 제정을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정부지역도 이같은 조례 제정을 수년 전부터 줄기차게 제정해줄 것을 시와 시의회에 요청했으나 지지부진해 왔다. 이에 의정부 YMCA와 경기북부아파트 연합회는 시와 시의회에 매달리기 보다는 주민발의에 의한 조례 제정을 결의하고 지난 9월부터 추진위를 결성, 마침내 지난달 10일 ‘의정부시 공동주택 지원조례 주민발의’ 수임서를 교부받아 주민이 직접 나서 조례 제정을 시작했다. 청구인은 주민수가 5만명 이상 30만명 미만일 경우 6천900명이 필요하고 수임서 교부 후 3개월 이내 마쳐야 한다. 이러한 시민단체에 의한 조례 제정 움직임에 시나 시의회 시각은 곱지만은 않다.
그러나 주민 발의에 의해 공동주택지원조례를 제정하는 일은 국내 최초여서 청구인 서명을 받기 위해 나서는 수임인들의 발걸음은 새 역사를 쓴다는 사명감으로 가볍기만 하다. 앞으로는 주민 불편사항이나 꼭 필요한 것을 지방의회나 자치단체장이 들어 주지 않을 경우 직접민주주의적인 제도인 주민 발의를 통해 조례를 제·개정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문 병 하 장암종합사회복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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