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중 공연계 최고의 성수기는 12월 바로 이맘때다. 1년 내내 공연장을 찾지 않던 사람들도 연말분위기가 나는 이즈음이면 어떤 공연을 볼까 고민할 정도로 관객들이 많이 몰린다. 관계자 입장에선 당연히 콧노래가 나올 법도 한데, 실제론 걱정이 더 많은 편이다. 관객들이 많이 몰릴수록 차분해야 할 공연장 분위기가 엉망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국내에서 손꼽히는 공연장 운영 관계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뜻밖의 일로 한탄하고 있었다. 아직도 우리네 관람문화가 후진성을 면치 못해 몹시 속상하다는 게 그의 푸념이었다. 넌지시 “그래도 서울의 경우 많이 좋아지지 않았느냐”고 물어 보면 “아직 멀었다”며 손사래를 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공연이 시작되기 전 휴대폰 전원을 꺼야 하는 건 기본예절에 속하지만 공연시간내내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관객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아예 드러 내놓고 통화하는 통에 공연이 중단되고 관객들이 환불을 요구하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져 큰 곤혹을 치렀다며 혀를 내둘렀다.
다행히 필자가 몸 담고 있는 전당에선 아직까지 그런 극단적인 사례는 없었지만 사실 아쉬운 측면도 없지 않다. “공연이 곧 시작된다”는 안내원들의 설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잡담을 나누다 문 닫기 직전 허겁지겁 뛰어 와 자리에 앉는 분. 공연 시작 후 20~30분이나 지나 입장하는 관객. 후진적인 관람행태를 보이는 이들로 인해 관람에 방해를 받게 된다면 무척 속상할 일이다.
이뿐인가. 옆 관객과 소곤거리는 소리, 몸을 뒤척이는 소리 등은 그래도 나은 편인데 아예 자장가 삼아 코를 골며 잠을 잔다면 곤란하다. 관람료를 내고 좌석에 앉은 이들은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이처럼 나열하다 보니 공연장에선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많고 격식을 차려야 할 게 너무 많은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자꾸 조심하고 몸에 익히다 보면 그리 어렵지 않다. 정신을 집중한 가운데 공연을 즐긴 뒤 맘껏 박수를 보내는 맛을 서서히 느끼게 될 것이다.
올 연말은 크리스마스 이브(12월24일)와 제야의 밤(12월31일) 등이 주말과 겹쳐 예년에 비해 관람객들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관람객의 후진적인 관람문화 때문에 대다수 관객들이 피해를 보는 그런 사례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두 철 안산 문화예술의 전당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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