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란 말이 있다. 내 일이 아니라면 아무리 가까운 친척이라도 잘됐다는 소식이 반갑지 않다는 각박하던 시절 단면을 보여준 일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지금은 배고픔에 굶주리던 옛날도 아니고 외세 침입에 전전긍긍하는, 한없이 약한 국력을 지니고 있는 시대도 아니다. 하지만 조급증에서 오는 작은 것 하나하나를 염려하는 지나친 소심함으로 너무 큰 것을 잃고 있는 건 아닌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얼마 전, 국산 김치 기생충 알 파동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는가 생각해보자. 식약청의 어이없는 발표로 중국으로부터 받은 조롱은 얼마이고 경제적 손실은 얼마이었는지·최종적으로는 무혐의로 끝난 불량 만두속 파동으로 국민적 혼란이 얼마나 컸는지, 이로 인해 사회를 등진 만두업자들의 고통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아니면 말고’식 폭로기사가 아니더라도 비정규직 문제, 쌀 개방문제, 사학법 진통으로 인한 정국의 혼란으로 인해 초조와 불안 속에 가슴을 쓸어 내리며 살고 있는 국민들을 생각해 보았는가.
도덕적으로 존경받아야 할 직업군의 작은 상처를 크게 확대, 집중적으로 부각시킴으로써 타락한 집단으로 몰아가는 것도 당장 국민들의 호기심을 이끌어내는데는 성공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이미지 관리나 국익에 과연 얼마나 이로운 일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격언처럼 작은 일에 지나친 집착은 전체적인 안목을 흐리게 한다. 국민들의 시각이 나무 한그루 한그루에 머물게 해 좁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할 것이 아니라, 더 멀고 높고 넓은 숲을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질 수 있도록 서로 도움을 주는 게 이 나라 발전을 위한 작은 배려가 아닐까.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만 하더라도 국익에 반하는 건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인다고 한다. 알 권리를 주장할 수도 있지만,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각한 갈등조작이 국가발전에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까. 제 발목잡기에 매달려 있을 시간에 좀 더 큰 것을 찾아 높은 곳을 오르는 지혜를 기르자. 진정 아름다운 사회는 한발 양보하고 상대방을 존중함으로써 더 큰 이익과 존경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된, 더불어 사는 사회가 아닐까? 작은 것에 급급, 큰 것을 잃는 그런 잘못은 다시는 되풀이 되지말아야 한다.
/조 용 호 경기도교육위원회 의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