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황우석 신드롬의 긍정성

온 나라가 황우석 교수 사건으로 들썩이고 있다. 김대중정부 시절에는 정보기술(IT)이 전국을 휩쓸고 지나가더니, 노무현정부에서는 바이오기술(BT)이 전국을 휩쓸고 지나가는 것 같다. 김대중정부 시절에 벤처바람이 불며 많은 부침은 있었지만 결국 한국이 세계 최강의 정보기술국이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황우석교수사건의 진실에 대한 서울대 조사가 결론이 나오지 않았지만, 많은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래도 황우석 신드롬이 갖고 있는 긍정성을 찾아보고자 한다. 우선 많은 국민들이 바이오기술에 대한 상당한 식견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인간배아복제줄기세포, 체세포복제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 성체줄기세포, 수정란 등 많은 바이오기술 관련용어들을 일반국민들이 모두 줄줄 말할 정도의 집단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사실 미래기술로서 의도적으로 교육시키고자 하였다면 상당히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겠지만, 저널리즘의 경쟁으로 인하여 전혀 비용을 들이지 않고 이루어졌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둘째는 한국사회 자체의 건강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황우석 교수 논문의 진실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외국인에 의하여 촉발된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내의 구성원에 의하여 제기되고 검증되고 있다는 사실이 바로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건강성을 입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대학의 경쟁력 향상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통하여 최고의 대학이라는 서울대도 연구결과에 대한 자체적인 검증시스템을 갖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확인하고 있다. 늦게나마 조사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며, 이러한 계기를 통하여 항구적인 연구검증시스템이 수립될 것이라 기대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최소한 이러한 검증시스템을 갖고 있는 수준이 ‘세계 수준이구나’ 하는 사실을 일반 국민들이 인식하게 되었으며, 타 대학들도 조만간 이러한 검증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 기대해 본다.

넷째는 학문연구에 있어서의 엄격성에 대하여 성찰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많은 연구를 하면서 시간에 쫓겨서 엄격한 자기검증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연구가 갖는 사회적 의미와 파급을 고려할 때 성실하고도 엄격하게 진행하여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는 것이다.

/최 정 철 인천경실련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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