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병술년은 베푸는 한해가 되자

병술년을 시작하는 새해 아침이 밝았다. 새해의 아침은 누구에게나 희망과 기쁨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어지러운 나라사정이 우리를 우울하게도 하고 이 겨울을 더욱 춥게 만들고 있지만,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합심해 사랑을 나누고 고통을 나눈다면 머지않아 행복과 활력과 희망을 되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올해는 더욱 밝고 힘찬 사회를 만들어 모두가 걱정없이 편안하게 살기 위해서는 다함께 마음을 나누고 힘을 모아야 한다.

주변에 나로 인해 쓰러지는 사람이 없는가를 살피는 마음을 갖고 작은 것이라도 나눌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때 우리의 삶 터전은 모두가 바라는 행복한 평화의 낙원이 될 것이다.

새해는 가진 자와 가난한 사람으로 나뉘는 삐뚤어진 사회구도가 크게 개선돼 보통 사람들이 다시 우리 사회의 건전한 중심 세력이 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될 수 있도록 몇 가지 사항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남의 존재를 먼저 인정해주고 존중해주자는 것이다. 흔히 우리사회 문제점의 하나는 남을 인정하고 존중할 줄 모르는 태도가 지적된다. 우리는 남과 자기를 비교할 때 이중 잣대를 사용한다. 자기는 항상 옳고 남은 항상 틀렸고, 내가 하면 정의고 남이 하면 불의다. 도무지 남을 존중하려 들지 않는다. 남을 존중할 줄 아는 것이 훌륭한 태도이다.

우리는 잘난 사람을 올려다 보고 배우는 법이다. 자기 의견을 견지하면서도 상대의 입장을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는 자세가 중요하다. 공자 말씀에 ‘愛人者則人愛之’, 즉 ‘내가 남을 사랑하면 남도 나를 사랑한다’고 했고, ‘德不孤 必有隣’이라고, 즉 ‘덕은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고 했다. 내 삶을 추하지 않고 아름답고 깨끗하게 가꾸는 것이 결국 인생이라는 긴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둘째, 내가 먼저 남을 배려하고 친절하자는 것이다. 남의 결점을 들춰낼수록 자신이 우월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남을 비하하는 사람은 그 자신도 비하당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남을 칭찬하고 친절을 베푸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내가 평소 이웃에게 나눈 친절과 따뜻한 마음씨로 쌓아올린 덕행만이 시간과 장소의 벽을 넘어 오래도록 나를 빛나게 할 것이다.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불우이웃에게 작은 사랑을 나누어주는 따뜻한 사람이 참된 사람이다. 자신과 늘상 생활을 공유하는 이들에게 아낌없이 배려할 수 있는 삶의 자세는 그 근토(根土)가 ‘愛’가 아닌가라는 제2의 생각을 해본다. 사랑을 베풀 때 다른 이에게 향수를 뿌려주다 보면 자신에게도 향이 배게 될 것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한 치의 양보와 사랑이 남보다 몇 치를 앞서갈 수 있는 성공된 삶으로서의 지름길임을 잊지 않도록 하자. 남을 배려하는 사회는 내가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꼭 그만큼 다른 사람들도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역지사지(易地思之)만으로도 충분하다.

셋째, 남에게 먼저 베풀고 봉사하자는 것이다. 오늘을 온전히 사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의 하나는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의 유혹이다.

특히 이기주의는 우리를 비참한 삶으로 내몬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남한테 거의 관심이 없고 불쌍한 사람을 도울 시간도 없다. 베푸는 삶을 살면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의 함정을 피할 뿐 아니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남에게 베푸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며 또 이웃과의 나눔은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남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육체적으로 헌혈, 봉사활동을 하거나, 정신적으로는 종교계가 이야기하는 사랑, 기도, 그리고 무재칠시(無財七施)를 실시하고 재정적으로는 돈과 물건으로 돕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줄때는 기쁜 마음으로 한껏 베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며, 남을 위해 봉사하거나 존중하는 사람이 결국 인생이라는 긴 싸움에서 승리하는 이타주의적인 사람의 전형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름다운 나라, 살기 좋은 사회는 누가 만들어야 할까. 우선 먼저 지도층이 솔선수범하고 바로 내가, 우리 각자가, 지금 이 순간부터 실천해야 할 것이다.

병술년 새해에는 남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격려하는 아름다운 나라, 살기좋은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김 학 옥

(재)한국통일진흥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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