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三暮四’ /조삼모사

이 정권의 정책은 한 마디로 갈팡질팡이다. 예컨대 노무현 대통령의 말에 청와대측의 통역이 따를 때가 많다. 대통령이 영어로 말한 것도 아니고 우리 말로 한 일을 두고 “대통령의 말씀은 그게 아니고 ○○○뜻(차원)이다”라는 주석이 으레 붙곤 한다.

노 대통령은 신년 연설에서 증세를 시사했다가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증세를 안 한다고 말을 바꾸었다. 그런데 이내 며칠 안가 1~2인 가구에 대한 추가 소득공제를 폐지한다는 말이 정부에서 나왔다. 쉽게 말하면 맞벌이 가구의 소득세를 늘린다는 얘기다. 이 정부의 말은 세금을 늘리는 것이 아니고 공제 혜택을 줄인다지만 궤변이다. 증세나 공제액을 줄이는거나 다 같은 그게 그 것이다.

맞벌이 가구는 거의가 서민층이다. 혼자 벌어서는 생활이 안 되니까 맞벌이에 나선 부부가 대부분이다. 이런 맞벌이 부부의 소득공제를 폐지해 세금을 늘리겠다는 것은 벼룩의 간을 빼먹는거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 여론이 악화되다 보니 ‘꼭 한다는 것은 아니다’란 말로 바뀌었다. 그러고도 청와대~정부~열린우리당 간에 한다, 안 한다, 한다며 말이 왔다 갔다 하더니 유보하는 쪽으로 일단 가닥이 잡힌 것 같다.

이도 유보니까 안 하는 것은 아니고 하긴 할 모양이다. 문제는 5·31 지방선거인듯 싶다. 선거를 앞두고 맞벌이 세금을 올리면 득표에 영향이 있다고 보아 유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니까 지방선거가 끝나면 맞벌이 세금을 올릴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하다.

‘朝三暮四’(조삼모사)란 고사가 있다. 원숭이에게 열매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 주는 것이나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 주는 것이나 같다. 이런데도 간사한 꾀로 눈 앞 가림을 하는 것으로 송(宋)나라 저공(狙公)의 얘기다.

증세는 안 하고 소득공제를 폐지한다는 것이나, 맞벌이 소득공제 폐지를 지방선거 이후에 할 요량으로 유보하는 것이나 다 조삼모사와 같다. 이 정권은 국민이 뭣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인 지, 한다는 처사가 치졸해도 너무 치졸하다.

/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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