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手話·1-김갑숙

내 과부한 된 뇌, 중앙분리대를 넘어온 차에 뭉개지고

뇌 틈에 마모된 라고르의 음률

주름진 혈관을 되감는데

불안한 영혼의 짙은 바다 밑 물빛 목소리는

아가미 찢긴 물고기자리별 속으로 사라진다.

내 손바닥 위 감정 하나

말을 잊은 세상에 나뒹굴고

소리가 갇혀 버린 너의 공간

내 몸속에 자리 잡아

긴 어둠 속을 말없이 걷던 너는

내 눈물 달여 추출해 낸 빛의 결정

나의 뼈마디로 세상을 열자

정화된 혈관 속의 네가

목소리 담아 불쑥 나타난다.

눈을 열어 너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라

분홍빛 뇌 사이에 꽂힌 R. 슈트라우스의 가곡 ‘내일’

(아무 말 없이 우리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리라 그러면)

내면의 밑바닥 텅 빈 곳에 머물던 너의 몸짓은

죽음의 혈관을 더듬어 창조된 사랑…….

두 손 안의 붉은 은유

주먹 안에서 돌고 있는 심장소리

팔딱팔딱

떨리는 듯 지옥까지 숨을 쉬는

나의 손바닥 위에 올려진 태초의 아침을

춤인 듯 깨운다.

<시인 약력> 경기 하남 출생 / ‘시문학’으로 등단 / 현 홍익대학교 강사· 경기도의회사무처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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