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외로운 허세’에서 ‘의로운 실세’로

우리 사회가 여러 격변기를 거치는 동안 제반 제도면에서 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게 명시적 규정은 최고의 미사여구로 완벽하게 돼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문제는 제도의 허점이나 맹점 보다는 운용상에 실제 행동으로 나타난 결과에 달려 있다. 주요한 원인이 말과 행동이 다른 데서 찾을 수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 말하면 낮과 밤이 다른 행태를 보여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속성상 어느 정도의 야누스적 측면을 고려한다고 해도 우리 사회에 만연된 이중행태(Double Standard) 또는 위선(Hypocrisy) 모습은 그 정도를 넘은지 오래다.

우리 주위에서 일상적으로 발견하는 것 중 하나가 지역감정문제로 국가 발전과 국민 통합에 암적 존재이기에 하루 빨리 청산하자고 하면서 실제적으로는 따로 놀고 있다. 특히 국민들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어 공정성을 생명으로 공공의 이익을 최우선 둬야 할 공공기관과 공무원 등이 지역할거주의에 얽매인 모습을 보면 목불인견이다.

마찬가지로 공공기관의 인적 구성과 변동에서 그저 어느 조직의 최고 책임자와 실낱 같은 끄나풀 같은 연줄 하나 있다고 해 보이지 않는 손으로 기능하는 자들을 실세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그들이 진정으로 실력과 능력을 겸비한 자들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대부분은 단순한 지연과 학연 또는 평소의 친분 등 지엽말단적인 인맥이라는 이름으로 연관돼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합리적이고 논리적 판단의 산물 보다는 도당 또는 패거리(Clique)식으로 돼 사회저변에 신뢰가 무너져 조직이나 집단 발전에 적지 않게 걸림돌이 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평소부터 글로벌 시각에서 각종 연분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로 공직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 의식 속에서 생활하다 보니 아무래도 자기 자신과의 투쟁을 한 경우가 많았고 현재진행중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닐듯 싶다. 요즈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중 진정으로 실세가 돼 현재 몸담고 있는 보훈발전에도 기여하고 더 나아가 국가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하여 정의로운 실력을 갖춘 공무원이 되고 싶은 열망이 타올랐다. ‘의로운 실세’가 되기 위한 기본적 요건을 생각해 보았다.

첫째로 비록 당장에는 손해인듯 해도 정직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둘째로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들이 나라를 위해 몸과 행동으로 보여 주신 실천적인 나라사랑인 보훈정신에서 터득한대로 말보다는 행동으로 먼저 보여 줘야 한다. 셋째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에 종사하는만큼 재정의 절대적 투명성을 견지해야 한다. 넷째로 행정은 최대한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로 독점적 서비스를 행사한다고 안주하지 말고 항상 자기 계발에 노력해야 한다. 여섯째로 진정한 실력을 겸비해 논리적으로 설득하도록 해야 한다. 일곱째로 비전을 갖고 역사의 발전이란 측면에서 분석하고 해석, 판단하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여덟째로 원칙이나 새로운 것은 남에게 강요하지 말고 자신부터 엄격하게 적용하도록 해야 한다. 아홉째로 보훈정신이 보여 주는 공동체 정신을 기르도록 해야 한다. 열째로 이러한 원칙을 지키는 가운데 유연성(Flexibility)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고착화된 정서에서 쉽사리 의식이 변화되리란 기대는 금물이다. 비록 현재 ‘의로운 허세’거나 ‘외로운 실세’이더라도 현재의 업무에 만족하고 감사드리면서 진정으로 ‘의로운 실세’ 로 거듭날 것을 소망하면서 내일의 창을 열고자 한다.

/권 율 정 인천보훈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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