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만들기도 거부하는 한낮
행길에 돌멩이 달궈 놓고
햇골 논에서 피사리 하시는 아버지 얼굴 진흙 분 발라 놓았다
송학표 주전자에 막걸리 한 되 받아
신 김치 안주로 새참 내 간다
산모퉁이 돌아 물기 말라버린 봇도랑
호춘이 죽은 햇골 다리 건너면 등엔 식은 땀 흐르고
뻐꾸기 집 나간 자식 기다리다 슬피 울면
주전자 꼭지 입대고 한 모금 먹고 또 한 모금 먹고
뚜껑 열어보고 또 한 모금 먹다보면
나도 달궈진 돌멩이가 된다
먼지 뒤집어 쓴 버스 바퀴 소리
어머니 잔소리처럼 들리면
냅다 논둑길 뛰어 들고
밤새워 엿 곤 단내 나는 구들장이 된 아버지
허리 엿가락처럼 접고 돌아오는 밤이면
뻐꾸기 울음보다 더 깊은 숨소리 새어 나오고
허리에서 발목까지 잘근 잘근 밟다 그것도 시원찮으면
등허리 올라가서 널뛰기 한다
<시인 약력> 경기 용인 출생 / ‘문학시대’로 등단 / 동남문학회·경기시인협회 회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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