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한명숙 의원을 총리로 지명, 우리나라 첫 여성총리 탄생의 길을 열었다. 아직 청문회 절차가 남아 있으나 필자는 여성총리 탄생을 환영하며 이를 파격적이라고 보기보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여성 진출이 그만큼 활발해진 결과로 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피력하고자 한다. 돌이켜 보면 지난 20여년동안 민주화의 바람을 타고 여성의 사회 진출은 놀라울 정도로 확대됐다. 그리고 어느덧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들이 상위그룹을 차지하는 시대가 됐다. 심지어 금녀구역이었던 사관학교에서도 여생도들이 상을 휩쓸고 있다. 특히 스포츠분야에선 우리나라 여성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는데다 우리나라 첫 우주인도 아마 여성이 될 것이란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비하면 여성의 정계 진출은 매우 저조한 편이었다. 물론 박순천 당수를 비롯해 박근혜 대표에 이르기까지 걸출한 여성지도자들이 탄생됐고 또 활동하고 있지만, 그 수는 매우 적은 편이다. 유럽은 물론 심지어 동남아시아 아프리카에서도 정상급의 여성 정치지도자들이 탄생한 것에 비춰 보면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여성총리 지명은 우리나라의 여성 정치참여 확대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있다. 그리고 각 정당들로 하여금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성후보를 얼마나 공천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고심하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필자가 속한 한나라당 경기도당 공천심사위원회도 비상이 걸려 여성후보를 한 명이라도 더 공천하기 위해 숙의에 숙의를 거듭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공을 들이고 있는 건 여성시장 공천문제다. 비록 첫 번째 논의에서 의견 모으기에 실패했지만 곧 논의를 재개해 대도시급에서 적어도 한 군데는 여성시장후보 공천을 위한 특구를 지정해 여성들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또 하나의 계기를 만들 계획이다. 물론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우선은 여성특구 지정에는 찬성하면서도 자신의 지역을 여성특구로 지정하는데 동의하는 국회의원이나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등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물론 그 바탕에는 당선가능성에 대한 확신 부족이 깔려 있다.
어쨌든 대통령의 이번 여성총리 지명이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고려라고 하더라도 다시 한번 환영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꼭 청문회를 통과해 첫 여성 총리가 돼 국정 운영을 그의 이름대로 이 나라를(韓) 밝고(明) 맑게(淑) 해주기를 기대한다.
/정진섭 국회의원(한나라당·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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