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록 게이트는 뭔가, 철저한 배후 규명을

또 하나의 검은 유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국내 어느 대학, 미국의 어느 대학을 나왔다는 학력이 모두 거짓으로 보도된 그는 이제 40대 나이다.

이런 사람이 김대중 정부 시절에 금융계의 마당발로 통했다. 이 정권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도 금융계의 마당발이긴 여전했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대우증권 매각, 한신공영 처리, 대우차 법정관리, 쌍용자동차 구조조정, 경남기업 매각 등에 간여하고 2001년부터 지난 1월 사이엔 대우조선 워크아웃 자문사 선정, 대한화재·국제화재·리젠트화재 매각, 하이닉스반도체 자산부채, 대우종합 컨설팅, 인천제철의 삼미특수강 인수 등에 개입한 로비 의혹을 받고 있다.

부실 금융기관이었던 신동아화재 인수 개입 및 수백억원대의 금융기관 대출 알선 청탁과 함께 모기업체 세 곳서 14억5천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현대차 자회사에서 조성한 비자금 수십억원이 역시 이 검은 유령에게 흘러들어간 단서가 검찰에 포착되어 현대차 본사와 계열사 두 곳이 압수 수색을 당했다. 뭣이 또 터질지 모른다.

이 괴력의 소유자가 며칠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된 금융 브로커 김재록씨다. 아서앤더슨 한국지사장을 지냈다. 미국의 이 회사는 경영 컨설팅 회사다. 도대체 이런 사람이 금융권의 황태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괴력의 실체가 무엇인 지 궁금하다. 괴력의 내공을 키워준 뒷배가 없고서는 절대로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 뒷배는 금융권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막강한 권력의 소유자로 추측할 수 있는 것은 금융 브로커를 차마 외면하지 못한 금융권의 생태로 보아 가능하다.

검찰 수사가 뒷배 캐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당연하고, 검찰은 아직 밝히지 않지만 그 뒷배가 정·관계 인사일 것으로 짐작하기란 그간의 관측 경험상 어렵지 않다. 정권의 도덕성과 개혁성을 간판처럼 내세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이같은 권력형 브로커가 무소불위로 설친 것은 실로 가공할 일이다.

이 정권의 누구는 화이트칼라 범죄의 엄단을 강조했다. 이 사건이야 말로 엄단돼야 할 전형적인 고급 화이트칼라 범죄다. 김씨에게 유입된 수십억원의 로비자금이 무슨 연유로 어떤 사람들에게 흘러갔는 지 그 전모가 규명돼야 한다. 한 점 의혹을 남기지 않는 검찰 수사의 분발을 국민사회는 주목리에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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