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공천의 바다, 꼴뚜기도 뛴다

열쇠는 닫혀있던 통로를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열쇠를 소지하고 있다는 건 어딘가로 이동할 수 있다는 특권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현실에서 보다 나은 집 열쇠, 차 열쇠, 직장 열쇠 등 좋은 열쇠들을 가지려고 평생동안 노력한다. 결국 삶에 있어 성공의 열쇠는 수고의 대가이고 인내의 열매인 셈이다.

최근 5·31선거를 앞두고 공천이란 열쇠를 서로 차지하려고 그 어느 때 선거보다도 전국이 뜨겁게 달아 있다. 도내 곳곳에서 전문직종인을 비롯, 다양한 직업인들의 후보들이 앞다퉈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가운데 기존의 지방의원들은 주민들의 정서를 잘 알고 있는 후보가 지역 발전을 위한 봉사차원에서 출마, 법률상 무보수 명예직으로 일을 해왔다.

그런데 유급제가 확정되면서 당선되면 5천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유급제란 매력에 이끌려 많은 후보들이 지역 현안에 대해 무지하거나 봉사경력이 없는 무자격자가 출마를 선언하는 등 자질이 부족한 분별 없는 인사파동을 낳고 있다. 실제로 주변을 둘러 보면 혜성과 같이 등장한 정치 지망생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또한 일각에선 “특정 당 공천을 받고 나면 저절로 당선된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떠돌면서 유력한 당에 줄을 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풀뿌리민주주의 꽃이란 지방자치로 가는 향로를 오도시키고 있다.

지방의원들은 마을 진입로에 있는 장승과 솟대와 같이 지역사회를 지키고 대표하는 얼굴이다. 그래서 후보들은 반드시 설득력 있는 명분으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발전을 위한 건전한 대안과 비판이 있어야 한다. 정책적 명분이 없으면 말은 실언이 되고 실책으로 이어져 고스란히 주민들의 피해로 다가오게 된다. 그러기에 후보들이 품고 있는 대의가 진실인지 아닌지 간파하는 게 중요하다. 더욱이 유급제로 바뀌는 건 세금이 지방의원들의 보수로 지출된다는 것인데, 이왕 우리가 낸 세금을 보수로 주고 일꾼을 선출하는 것인만큼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일할 후보들을 당선시켜야 한다. 그런 후보가 당선돼야 당선 열쇠로 닫혀있던 지역과 주민들 사이에서 손과 발이 돼 의사소통을 열어 줄 것이라고 믿는다. 5·31선거를 통해 꼴뚜기가 뛴다고 오징어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 줘야 한다.

/권 성 훈 시인·경기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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