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위기인가 기회인가

다음달이면 한·미FTA 협정문 초안이 교환된다. 우리 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FTA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역내 회원국 간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철폐, 무역을 자유화시키는, 가장 느슨한 형태의 경제통합이다. 한·미FTA가 추진되면 양국간 경제가 그동안 제약이 있었던 분야마저 그야말로 자유로이 넘나들게 될 터인데 그때 어느 나라가 더 이익을 볼지 정확한 계산이 어렵다. 그리고 경쟁력이 강한 분야는 시장이 확대되는 이익을 보겠지만 그렇지 못한 분야는 생존조차 불가능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 물론 한·미FTA에 대한 큰 기대도 있다. 우리 경제 침체가 정부의 반기업적 정서 등 국내적 요인에도 크게 기인하지만 우리 경제가 일본의 기술 우위, 중국의 비용 우위 등에 눌려 있는데다 BRICs의 맹추격을 받고 있는 것에도 기인하는만큼 돌파구로 한·미FTA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미FTA를 통해 세계 최대의 미국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를 앞당기고 경제·사회 시스템 전반을 업그레이드해 국가경쟁력을 제고함으로써 선진국 진입의 문을 열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FTA를 추진하려면 교류가 많은 나라, 시장이 큰 나라들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단연 미국이 우선이다.

문제는 어떻게 우리의 국익을 지키느냐 하는 점이다. 미국도 NAFTA 이후 10년여만에 한국이라고 하는 제조업 강국과 하는 FTA이어서 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7개 협상분과로 구성된 협상단이 그동안 한미 무역마찰 20년동안 드러났던 문제들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정교한 대책을 세우는 등 철저하게 준비해 하나라도 더 얻어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미FTA로 인해 발생할 국내산업 각 분야 명암을 조정해 주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즉 공산품 분야에서 새롭게 얻어지는 이익을 농업 등 손해를 보는 분야에 지원해 주는 식의 분야간 손실보전제도를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농업 등 손해를 보는 분야의 반발 때문에 한·미FTA가 성공하기 어렵다.

FTA는 미국이 유럽의 EU에 맞서 추진하는 뉴라운드로, 우리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조류이다. 이미 전 세계 교역량의 50% 이상이 FTA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 결국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철저한 준비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한·미FTA는 우리에게 위기일 수도 있고 기회일 수도 있다.

/정 진 섭 국회의원(한나라당·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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