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전 처리 투수와 구원 투수

장현성 우리투자증권 북수원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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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근소한 차이로 이기고 있을 때 나오는 마무리 투수를 구원 투수라고 한다. 반대로 큰 점수 차이로 지고 있을 때 등장하는 투수는 분명 패전 처리 투수이다. 노무현 정부의 네번째 경제수장으로 임명된 권오규 경제부총리 내정자는 노심을 잘 이해하고 부동산 시장 안정, 양극화 해소 등 참여 정부 경제정책을 무난하게 추진할 마무리 투수로 제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두고 봐야 겠지만 제발 더 큰 점수 차이로 지는 마무리 투수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내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 대부분은 정부가 올해 예상하고 있는 5%대 경제성장이 불가능하리라고 보고 있다. 경기하강 시점에 대해서도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이미 꺾이고 있다고 대답했으며 내년까지 회복세가 계속될 것이란 응답은 4분의 1에 그쳤다. 설비투자와 고용증가 전망도 먹구름이다. 수출 위주의 국내 최고 100대 기업들이 느끼는 경기흐름이 이 정도라면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한마디로 절망 그 자체다.

반면, 일본은행은 일본 기업들의 단기 경기전망을 보여주는 6월 단칸지수(기업단기 경제 관측조사)가 2분기 만에 상승했다고 지난 3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은 제로(0) 기준금리를 0.25%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유럽도 경제 성장이 기대치를 웃돌면서 금리 인상을 준비하는 것을 보면 부러울 따름이다. 부동산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추진하는 우리 입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주식시장이 흔들리고 부동산 경기가 얼어 붙으면서 국내 내수시장은 더욱 침체되는 양상이다.

새 경제부총리는 패전처리 투수가 아닌 구원 투수로 거듭나야 한다. 경제정책 전반을 재점검,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반시장 정책을 제거해 나가야한다. 경제정책 우선순위는 기업 투자를 회복시키고 성장산업을 발굴·육성시켜 일자리를 창출시키는 것에 치중돼야 한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이 떵떵거리며 잘 나가는 모습을 보면 오기가 생기지 않는가? 나라의 빈 곳간이 채워지고 넘쳐날 때 경제전쟁에서 역전이 가능하지 않을까?

/장현성 우리투자증권 북수원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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