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구멍을 뚫은 것이다

이정진 오산대 교수 수원환경운동연합의장
기자페이지

일주일 넘게 계속되고 있는 태풍과 집중호우로 온 나라가 물난리를 겪고 있다. 최악의 수재를 당한 온 국민이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길이 끊기고 산이 무너져 내리고 집은 쓸려나가고 사람은 죽고 다쳤다. 산간 마을은 고립되고 도시는 물에 잠겨버렸다. 예년의 장마나 태풍이 보여준 피해 양상과는 확연히 다른 집중호우 현상이다.

확실히 최근 수년간의 이런 집중호우 현상은 단순히 일시적 기후변화라고 보기 어렵다. 과거에는 7월 장마와 8월 불볕더위라고 하였지만 지금은 8월에도 호우가 내리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70년대에 비해 연간 비가 오는 날은 100일이나 줄었지만 강우량은 100㎜나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결국 비 오는 날과 비 오는 양이 집중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2년에는 강릉 등 영동지역에 800㎜에 이르는 집중 호우가 내렸고 이번에도 거의 이에 근접하고 있다.

집중호우를 겪으면서 사람들은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찌 하늘에 구멍이 있을 수 있겠는가. 하늘은 이미 빈 공간인데 따로 구멍이 뚫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원망 섞인 하늘에 대한 푸념은 자연의 재앙 앞에 무력한 우리 자신에 대한 탄식일 터이다. 어쨌거나 ‘하늘의 구멍’을 메우지 못한다면 우리는 해가 갈수록 오늘보다 더한 재앙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왕에 대책을 세운다면 단기적으로 제방을 두텁게 하고 수로와 저수지를 잘 정비하는 행정적 정책이 우선할 일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재난은 자연재해이기도 하지만 일정 정도는 인재이기도 하다. 고쳐야 할 부분을 고치지 않았기 때문에 거듭되는 재난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좀 더 근원적인 문제는 지구온난화라는 ‘하늘에 구멍을 뚫은’ 인류의 문제이다. 이미 오래 전에 지구 기후변화방지협약이 체결되고, 나라별로 지구온난화를 줄일 수 있는 온실가스 축소 목표를 설정하였지만, 정작 이 책임을 다하는 노력을 제대로 기울이는 나라는 없다.

특히 지구 온실가스의 25%를 배출하는 미국은 산업 위축을 염려해 협약 자체를 외면하고 있다.

소유와 편익만을 좇아온 인류가 스스로의 만용을 반성하고 겸손해지지 않는 한 하늘의 구멍은 결코 작아지지 않을 것이다. 하늘은 ‘구멍이 난’ 것이 아니고 ‘구멍이 뚫린’ 것이다.

/이정진 오산대 교수 수원환경운동연합의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