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여름방학이다. 그동안 학교생활에서 탈출, 자유로운 일상으로 돌아와 새로운 것들을 찾아 공부하고 현장학습을 통해 많은 것을 만끽하는 기간이기도하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방학이 되면 마음이 설레는 학생들과는 달리 학부모들은 방학을 ‘지옥’이라고 표현한다. 신선한 방학생활에 이렇게까지 과격한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평소에는 아침에 학교에 가면 급식으로 점심도 해결되고 방과 후 학원으로 가 공부하고 집에 오면 저녁시간이다. 중·고등부 학생의 경우 밤늦게까지 학교에 있다 학원에 다녀오면 자정이 넘어야만 집에 오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 이러다 보니 매월 학원비 등을 잘 내면 학원이 인적인 관리까지 맡아 주는 시스템으로 변하면서 그야말로 부모는 딱히 할 일이 없어지게 됐다. 이제 방학을 맞아 자녀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할 일들을 스스로 하지 않고 부모에게 의지하며 그동안 부모들은 자기만의 공간과 시간을 모두 뺏겨버린 듯한 생각, 규칙적인 생활에서의 리듬이 깨진 점이 큰 원인으로 나타난 것이다. 시대 흐름에 따라 대가족이 핵가족화되면서 오로지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발상이 시작됐으며 부모와 자식간에도 매사를 챙겨주는 게 짐으로만 여겨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예전 방학은 아이들은 물론 부모들이 더 기다리는 정적인 분위기가 있었다. 시골에선 여름이면 냇가에서 고기를 잡고 부모 일손도 도우며 원두막에서 수박과 참외를 따다 맛있게 먹으며 온 가족이 정담을 나누고 도시에선 박물관 현장학습이나 시골 할머니 댁에 가 마음껏 놀다 개학 며칠 앞두고야 집에 오는 일이 허다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던가. 방학이면 학원 가방 들고 과목마다 전전하며 예의와 정을 배우기보다는 지식을 채우느라 여념이 없다.
교육에 있어서 어떤 방법이 옳은지는 누구도 정의를 내리기가 어려울 것이다 각자가 자기의 입장에서는 객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학이란 본래의 뜻에 반해 한번쯤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가족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고 아이들도 바쁜 일상을 잠시 쉬어가야 하는 방학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한다면 귀찮고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그 기간을 통해 더욱 알차고 보람 있는 시간으로 좀 더 여유로운 방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송정래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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