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는 인프라다

박진우 통계대사·수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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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학은 “사고를 쳐야 발전한다”는 말이 있다. 평소 과학적인 일기예보 시스템 구축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태풍이나 홍수 등에 대한 예보가 결정적으로 틀려 많은 피해를 입었을 때 비로소 원인을 찾고 대책을 세우는 등 부심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런 의미에서 통계학은 기상학과 매우 닮았다. 기상예보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통계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날이 갈수록 각 분야에서 통계의 유용성을 깨달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양한 이해가 서로 상충하는 오늘날 각 분야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통계가 필수적이다. 국제적인 협상에서 자신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펼치기 위해서도 현란한 말재주가 아니라 통계란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게 필요한 시대가 됐다.

그런데 인구수, 실업률, TV시청률, 주택가격 등 다양한 통계들을 평소 유용하게 사용하지만 이를 위해 개인적으로 값을 지불하려 하진 않는다. 평소에는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생기면 통계를 찾는 경향들도 있다. 예를 들어 평소에는 주택과 관련된 통계에 전혀 관심이 없다 집값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면 관련 통계를 요구한다. 그러다 보면 믿을 수 없는,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한 수상한 불량 통계가 만들어지고 이에 의해 정책이 만들어지는 한심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통계는 소프트한 사회적인 인프라이다. 합리적으로 현재와 미래의 통계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걸맞도록 효과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통계생산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에는 무관심한 채 입맛에 맞는 통계만 요구하는 건 그야말로 우물에 가서 숭늉을 찾는 식이다.

오늘날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처럼 의사결정권자 몇 사람이 독단적으로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합리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이런 때일수록 튼실한 통계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필요하다.

/박진우 통계대사·수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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