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의 미학

김경배 화성시농업기술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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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녘은 가을걷이가 한창이다. 가을걷이 가운데 벼 수확은 우리 민족의 생존과 직결된 1년중 가장 중요한 작업이며 한때는 부의 상징이기도 했다. 쌀을 뜻하는 한자 ‘米’는 상형문자로 벼 이삭을 본뜬 것인데 어떤 이는 ‘八+八’로 쌀을 생산하는데 88번의 손길이 간다는 뜻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얼마 전 발표한 올해 쌀 생산량은 재배면적 감소 등으로 지난해보다 86만섬(2.5%) 줄어든 3천225만섬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1인당 쌀 소비량도 지난 70년 136㎏에서 급격한 감소를 보여 올해는 사상 처음 80㎏ 이하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쌀 소비량이 줄어든 건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식문화 서구화로 인스턴트 식품과 빵, 피자 등의 소비 증가와 바쁜 직장생활로 인한 아침 결식, 건강, 미용을 위한 다이어트 때문으로 나타났다.

언제부터인가 생활수준이 나아지고 한끼 식사가 콘프레이크와 우유, 치킨과 스파게티, 피자와 콜라 등으로 바뀌면서 방부제와 표백제에 절은 수입 밀가루로 만들어진 빵과 고기 등을 즐기는 동안 우리 주변은 비만과 당뇨, 고지혈증 같은 성인병이 만연하게 됐다. 흔히 쌀을 비만의 주범인 것처럼 식탁에서 외면하는데 하루 세끼 밥을 먹어도 우리가 하루에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65% 밖에 안되고 실제 비만에 이르는 건 쌀 식사 대신 육가공 식품 과잉 섭취와 군것질 등이 원인이다.

쌀에는 여러가지 유용한 성분들이 많이 함유됐는데 단백질은 체내 이용률이 높아 콜레스테롤이나 중성 지방의 농도를 낮추고 비타민 E 등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으로 노화를 방지한다. 특히 쌀밥은 빵이나 국수와 달리 식후 혈액 내 인슐린 수치를 서서히 증가시켜 세포 내 지방 축적을 억제한다. 최근 새로운 성분들이 발견되고 있는데 가바(GAVA)라고 불리는 물질은 혈액 내 중성지방을 줄여 고혈압을 개선하고 신경을 안정시키며 IP6 물질은 현미의 식이섬유에 많은데 대장암 예방에 중요한 작용을 하며 지방간이나 동맥경화 방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쌀밥을 먹어야 한다. 쌀은 우리 민족의 영원한 생명원이며 식이섬유는 물론 단백질, 지방, 비타민 등을 풍부히 공급해 주는 에너지원이다. 이처럼 건강에 좋은 쌀을 우리가 지키고 먹어야 함은 당연하며 전통 음식에 길들여져 온 우리의 몸은 언제나 생명이 살아 숨쉬는 쌀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김경배 화성시농업기술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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