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대한민국 60만 수험생들이 입시 한파와 긴장 속에서 시험문제를 풀면서 떨었다. 그들은 세상의 무엇과도 맞바꿀 수 없는 귀중한 청춘을 다 바쳐 오직 수능에만 매달렸다. 예로부터 학생들은 나라가 어렵던 시기에는 사회 변화의 당당한 주체였다. 그러나 요즘은 오직 입시 때문에 학교와 학원 주변을 벗어나지 못한다. 수시로 변덕을 부리는 교육정책에 허덕이고 있다. 그 틈에 국회는 교육과 정치를 통합하는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한 찬반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교육이 정치적 정치에 예속화돼 반대한다는 쪽과 마침내 교육주권이 되돌려졌다고 대환영한다는 쪽도 있다.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육성하는 신성한 현장이 학교이다. 단순한 지식의 전달만을 위한 교육이라면 아예 학교를 폐지하고 사교육으로 전환한다면 그 효과가 빠를 것이다. 우리 교육정책은 시행착오를 수없이 겪으며 지금까지 왔다. 결코 탁상공론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몇몇 정치인들은 지방교육까지 정치하겠다고 나섰다. 지방자치와 교육자치는 대상부터 차이가 있다. 가뜩이나 국민들이 전문성도 없는 정치인을 뽑고 뒤늦게 후회하고 불신하는 게 현실인데, 교육현장까지 정치판으로 오염될까 걱정이다. 물론 당초 발상대로 교육감 및 교육위원 등을 직선으로 뽑는 것에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많은 의견 수렴을 한 탓이겠지만, 현재의 법안대로라면 교육위원회를 정치집단으로 끌어오겠다는 기발한 발상이다. 그때가 되면 유치원이나 초·중등 교원들도 정당비례대표로 공천받아 교육위원으로 당선될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학교에서도 정치활동이 활발해진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으로 나서지 못했던 일부 교원들이 대거 교육계에서 정치계로 변신을 시도할 것이다. 선거철이면 학생들의 가방 속에서 교과서 대신 출마하는 선생님들의 선거홍보물이 가득 담길 수도 있다.
/이원규 테마기행예술제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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