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개방에서 알아야 할 교훈

최길현 신용보증기금 군포 지점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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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수출실적 3천억달러를 달성했다. 이로써 세계 11번째 무역강국이 됐다. 매우 고무적이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이처럼 수출실적이 증가한데는 정부의 무역촉진정책과 무역대상이 되는 생산물들의 성격이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변한데다 기술의 발전으로 운송 및 통신비용 등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달러화 약세와 수출 호조에 따른 달러 유입의 증가로 환율이 하락,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우려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무역증대를 통해 경제발전을 이룩한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역으로 다른 나라들로부터 문호를 더 개방하라는 압력으로 작용되고 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한미FTA 협상도 기본은 문호의 개방이다. 경제학에선 문호개방을 개방경제라고 일컫는데 개방경제란 세계 다른 여러 나라들과 자유롭게 교역하는 경제를 말한다. 교류방법은 두가지이다. 하나는 세계 상품시장에서 재화와 서비스 등을 사고 파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 금융시장에서 금융자산을 거래하는 방법이다.

전자의 경우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에서 수출과 수입을 합한 교역규모가 70%에 이르러 개방경제국가라고 부르기에 충분하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개방 정도가 그 나라의 경제발전을 좌우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은 일찍부터 개방정책을 추진해 왔으며 우리나라보다 일찍 문호를 개방한 일본도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특히 근자에 문호를 개방한 중국의 경제발전은 매우 놀랄만하다.

19세기 중엽 우리나라에겐 미국이나 프랑스 등 서구의 열강들과 대외적으로 문호를 개방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당시 집권층과 지식인들은 제국주의 세력에 대한 정보에 어둡고 대외환경에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 문호개방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결국 개방했지만 자율적으로 선택한 게 아니었다. 결과는 조선의 근대화가 아니라, 식민지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여기에서 얻는 교훈은 사전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하는 개방은 경제의 대외종속만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늘어나는 세계시장과의 교역규모속에서 문호개방의 압력이 거세어지더라도 개방에는 국가의 주체적 역량이 필요하다. 이는 시대의 흐름을 알고 이에 앞서 나가는 지혜와 개방을 통해 얻고자 하는 가치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절대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길현 신용보증기금 군포 지점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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