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은 오랜 역사 속에서 면면히 이어져온 우리 특유의 풍습이다. 다른 음식들과 달리 김장은 겨우내 온 가족이 먹을 김치를 한꺼번에 담가 이듬해 봄까지 먹어야 하기 때문에 예로부터 주부들이 정성을 들이는 중요한 연례행사 중 하나이다. 예전에는 겨울이 되면 채소나 과일을 구하기 어려워 비타민과 같은 영양소를 섭취할 수 없었기 때문에 김장 김치를 담가 먹으며 영양을 공급받았고 특별한 재료가 없는 시기에 훌륭한 반찬거리 역할을 했다.
김장 풍습은 고려시대 문헌에 김장에 대한 언급이 있는 것으로 미뤄 그 이전부터 내려온 것으로 판단된다. 김치의 어원은 채소를 소금물에 담근다는 의미의 ‘침채(沈菜)’가 ‘딤채’로 발음됐는데 구개음화로 ‘짐치’가 됐다 오늘날 ‘김치’라고 부른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김장의 역사는 오래지만 오늘날처럼 고춧가루 등 양념들을 쓰는 김치는 고추가 전래된 조선조 중엽부터이며 통배추 사용은 불과 100년 전이다.
김장은 입동을 전후로 하는 게 일반적이며 워낙 일손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웃끼리나, 친척끼리 날을 달리 잡아가며 작업을 하는 일종의 품앗이였다. 이웃끼리 김장을 하는 경우 단지 한 집안의 일이 아니라 마을 전체가 치르는 행사가 돼 김장철이 되면 온 동네가 들뜬 분위기에 젖는다. 김장을 담그는 집 주인은 돼지고기를 준비했다 새로 담근 김치와 함께 일한 사람들을 푸짐하게 대접, 고마움을 표시했고 김장날은 잡귀를 쫒는다고 팥죽을 쑤거나 팥밥을 지어 먹으며 이웃과 정을 나누기도 했다.
김장 김치는 의학적으로 체중조절이나 항암작용 등 많은 효능들이 입증된 세계적인 저칼로리 건강식품이다. 한겨울 김치가 맛있는 이유는 숙성에 관여하는 유기산과 양념 등에서 단백질 분해물질인 아미노산의 역할, 그리고 효모에 의해 당분이 발효돼 에스테르가 생성돼 유해 잡균 발생을 억제시키기 때문이다.
지금은 김장 풍속도가 많이 바뀌었다. 한 겨울에도 비닐하우스 덕분에 야채가 풍부해져 아무 때나 김치를 담가 먹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 먹을 만큼의 김장은 한다.
올해는 가뜩이나 어려운 농업여건에서 김장 배추, 무우 등의 가격도 폭락해 땀과 정성으로 일군 농업인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아직도 김장을 하지 못한 이웃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다. 이런 이웃들에게 마음의 정성이 담긴 김장을 담가주고 농민들 시름도 달래준다면 춥게만 느껴지는 이 겨울이 좀 더 따사롭고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김경배 화성시농업기술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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