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축화·축시

당신의 추임새가 되어/정수자

어깨가 자꾸 처지는 늦은 밤

살 맞은 짐승처럼 속절없이 떨던 날도

사막에 혼자 던져진 모래알 같던 날도

어제라는 기슭에 매어놓고 돌아보면

오늘은 새로운 시간 새로운 아침이니

햇숨을 싱싱 뿜어내는 더운 햇길이

우리 앞에 똑같이 새로 놓이니

소소한 말 그물에 저도 몰래 갇혀서

뒤주 속에 앉은 듯 숨쉬기도 힘들었던

아픔이며 슬픔이며 억울함 그 모든 것도

시간의 새 바람에 헹구다 들여다보면

이 생에서의 추억으로 섬길 수도 있을 듯해

온갖 냄새나는 세상의 막창 같은 데서도

사람을 끌어안는 건 다름 아닌 사람이고

꿈을 여는 것 또한 다름 아닌 사람이니

당신과 내가 지금 막 받아든

처음인 양 눈부신 이 햇살 이 하늘빛

그 속에 당신이 있고 내가 또한 있어서

살아있음만으로 서로의 하늘이 되듯

먼 길에 서로의 추임새가 되리라

서로의 등에 북을 힘껏 쳐주리

■신현옥 서양화가

<작가약력>

1952년 충남 예산 출생

한국치매 뇌졸 미술치료 연구소 대표

비영리법인 치매 미술치료협회장

버드내 성당 등 치매 뇌졸증 예방 미술치료 강의

영실버 아트센터 원장

■정수자 시인

<작가약력>

1984년 세종숭모전국시조백일장 장원으로 등단.

-시집 ‘저녁의 뒷모습’, ‘저물 녘 길을 떠나다’

-중앙시조대상, 한국시조작품상, 수원문학작품상, 올해의 경기시인상 수상

-현 아주대 인문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문학박사)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