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년 사이에 이토록 변할 줄은 미처 몰랐다. 어디를 가도 사람 사는 풍경보다는 사각 콘크리트 건물들이 먼저 눈으로 들어온다. 그 삭막함을 치장하는 소규모 공원과 문화공간들조차 활력을 잃은 텅 빈 공간이다. 선거 때마다 함성처럼 울리던 문화도시의 기약은 예상대로 빌 ‘공(空)’자 공약이던가. 우리에게도 프랑스, 영국, 중국, 미국 등과 겨룰만한 빼어난 문화가 있다. 다만 홍보나 상품화가 그들보다 적극적이지 못했을 뿐이다.
요즘 세대들은 우리의 전통문화보다는 외래문화를 쉽게 받아들인다. 사람과 사람들의 공간을 채우는 매개체는 분명히 문화이다. 뒤로 숨길 아무런 이유가 없다. 한 시대의 척도가 문화수준으로 가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세계가 한 울타리에서 살아가는 그야말로 글로벌시대이다. 이제부터라도 지역마다 대표적인 문화는 지키고 마련해야 한다.
날마다 많은 방문객들이 사업과 관련된 일을 위해 우리 지역을 찾는다. 우리도 또한 낯선 곳을 다녀오기도 한다. 그 임무를 위한 수행하는데는 총 일정 중 매우 짧은 시간 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남는 시간은 현지에서 보고 듣고 즐기며 느낄 소일거리를 찾게 마련이다. 그때마다 그들을 안내할 곳이 있다면 까다로운 상담도 한결 수월하고 자부심도 느낄 것이다.
올 연말에는 우리의 선택에 의해 새로운 대통령도 선출한다. 다음에는 국회의원, 그 다음에는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순서대로 선출한다. 동네친목회의 지도자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하물며 한 나라, 한 지역을 대표하는 지도자임에야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있겠는가. 지도자는 모름지기 말 한마디, 단어 하나라도 가려 쓸 줄 알아야 한다. 지도자에 따라 그 조직이 활성화되기도 하고, 갈등을 겪기도 한다. 지도자가 시원찮으면 구성원들도 하찮은 하급들로 채워져 헛소리만 요란할 뿐이다.
도무지 아름다운 구석을 찾을 수 없다. 예술이 되지 못한다. 필자도 지역문화의 지킴이를 자처하며 비록 사조직이지만 문화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물론 지난해까지도 이렇다 할 뚜렷한 성과는 올리지 못했다.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모두 내 탓으로 돌리니 마음까지 한결 가볍다. 이제는 이미 떠난 것들에 대한 미련도 모두 비워버렸다. 서로 만나 오해는 풀고 이해로 나눴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슴에 남는 절망 한 덩어리. 그것을 다시 나누고 쪼개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이원규 테마기행예술제운영위원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