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슨의 경고

최길현 신보 군포지점장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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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2월에 MIT대의 폴 사무엘슨 교수는 한국에서 발간되는 ‘Dateline’이란 영문월간지에 기고한 글을 통해 다음과 같이 한국인들에게 경고했다. “한국이 연간 4%선으로의 경제 침체를 모면하기 위해선 만사가 지속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저축률의 대폭 하락과 과소비 풍조, 생산성 증가를 웃도는 노조의 임금 인상, 원화 절상 등의 위험이 발견된다.”

특히 그는 “노동자들의 노력과 품질 관리가 악화될 경우, 한국의 수출붐은 그 상승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붕괴될 수 있고 이로부터 오는 고통스런 결과는 반드시 해당 기업 경영자가 겪는 이윤 삭감의 고통 정도로 끝나는 게 아니라 경쟁국들에게 많은 수출물량을 빼앗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결과 공장 폐쇄와 해고사태 등이 발생, 현대식 공장에서 밀려난 노동자들은 보다 작은 규모의 직장이나 구식 공장에 가 다시 저임금의 일자리나마 버둥거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17년이 지난 오늘날 그의 경고대로 우리 경제는 성장률이 떨어지고 수출증가 속도는 더디며 임금 인상 요구는 분출되고 원화가치는 상승하고 있다.

그는 “한국 경제는 남미와 동유럽 등의 슬픈 경험에서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교훈들이란 첫째, 경제란 연약한 꽃이어서 그 꽃은 정쟁이나 사회적 불안이 있는 곳에선 피어나지 않는다는 것. 둘째, 경제 발전은 자본 형성, 기술 혁신 등과 모방, 국민의 에너지와 기술을 끌어내는 상벌제도 등에 의존한다는 것. 셋째, 경제외적 힘이나 법률로 사회 전체 파이보다 큰 몫을 차지하겠다는 지나친 집착은 사회 전체 파이 자체의 성장을 둔화시키거나 오히려 줄어들게 할 수 있다는 것. 넷째, 특히 한나라가 아직 민주발전의 초기단계에 있을 때는 소득과 부의 불균등을 시정하려는 구조 조정이 자칫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 다섯째, 한국산 상품이 경쟁적 가격으로 국제시장에 나설 때만 한국의 기적은 계속될 수 있다는 것. 여섯째, 정상을 올라가는 일은 결코 자동적으로 되는 게 아니라 끝없는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 등이라고 덧붙였다. 저명한 경제학자의 1회성 충고로 덮어버리기에는 요즘 우리 경제는 그렇게 한가롭지 않고 오히려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연초부터 시작되는 현대차 노조의 투쟁소식은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하고 있다.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려면, 가장 낮은 곳부터 시작하라”는 말처럼 경제기적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지난날을 되돌아 보며 다시 허리끈을 졸라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길현 신보 군포지점장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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