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부는 제7차 초·중등 교육과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 가운데 특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2012년부터 고교 선택과목군을 현행 5개에서 7개로 확대한다는 방안이다. 기존의 5개군 가운데 과학·기술군을 수학·과학군, 기술·가정군 등 2개, 예·체능군을 체육군, 음악·미술군 등 2개등으로 각각 세분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학생들이 반드시 이수해야 할 필수과목은 현재 6개에서 8개로 늘어난다. 그 동안 교육부는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줄여 사교육을 어느 정도 해소하겠다고 공언해 왔던터라,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응은 무겁기만 하다. 개정안대로 선택과목군을 확대한다면 그만큼 학생들이 이수해야 할 필수과목도 늘어나 학습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교육과정 개편을 주도한 팀의 팀장들이 추가된 해당교과 담당자였고, 평가원이 개정안을 연구하는 과정에서도 각종 교과회, 학회의 압력이 심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한 국가의 교육정책을 수립·시행하는데 합리성·객관성·논리성 등이 부족했고, 특정 교과의 이해관계가 개재된 이기주의적 발상이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리기가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 고교 교육과정 운영이 대학입시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수과목의 증가는 학생들에게 과도한 수업부담의 고통을 더 안겨주게 된다. 교육부는 입시와 관련없는 과목도 인성교육 강화를 위해 이수하도록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지만, 이수과목이 선진국의 3배나 되어 학생들을 결국 ‘학습기계’로 만드는 것이라는 학부모들의 비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요즈음, 우리 사회에는 소위 ‘죽음의 트라이앵글’(내신·수능·논술)이란 용어가 회자되고 있다. 그 만큼 학생들은 대학입시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의 의도대로 본고사를 금지시켜 학생들의 사교육 부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자 하였건만, 대학은 변별력을 이유로 논술시험을 부과함에 따라 논술 사교육의 광풍을 제공하게 되었다.
내년 대학입시부터 대입논술 비중을 높이는 추세에 맞춰 초·중등 교육과정에 논술관련 교과내용이 강화될 전망이다. 국가 교육정책이 대학의 입시정책에 끌려가고 있는 셈이다. 그 동안 대학입시정책 역시 해마다 어김없이 바뀌고, 그에 따라 일선 교육현장은 소용돌이 쳐왔다. 국가의 교육정책이 아직도 조령모개식 습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혼란과 갈등만을 초래하는 구태의연한 사고에서 맴돌고 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유독 학교교육의 초점이 대학입시에 맞춰져 있는 나라에서 국가의 교육정책이 일관성이 없다는 것은 국민들의 신뢰를 잃고 끊임없이 표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윤완 벌말초교 교감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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