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富를 지배하는가

최길현 신용보증기금 군포지점장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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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계 경제 모습을 각국 GDP달러 기준으로 변환하면 73%가 일부 부유한 핵심 산업국가에서 생산됐고 나머지 21%가 개발도상국 몫이다. 이중 미국은 세계 인구의 5% 밖에 되지않는 인구로 현재 세계 생산의 30%, 소비의 40% 등을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1천대 기업 가운데 432곳을 점유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이 거대한 부를 지배할 수 있는 요인은 무엇보다 개방정책과 투명한 사회구조를 들 수 있다. 그들은 일찍이 문호개방정책을 추진했으며 모든 부문에서 투명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법 집행의 투명성은 국민들로 하여금 스스로 국가기관에 복종하게 하는 선순환을 낳았고 모든 거래는 은행을 통하지 않고는 할 수 없게끔 투명한 금융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최근 들어 우리 기업들도 투명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세계화 추세 속에서 투명경영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경제 석학인 레스터 서로우 미국 MIT대 교수는 “세계화에 동참하고 대담하게 이끌어가는 사람이 부를 거머쥘 것”이라고 강조한다. 기업은 위험관리와 함께 수익을 내는 게 최우선이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가능하다. 신뢰받는 기업은 자본시장 접근 가능성 등에서 차별적 우위를 누릴 수 있고 다소 어려움을 겪더라도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의 신뢰를 상실한 기업은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미국의 거대 에너지 기업인 엔론사는 분식회계로 2개월만에 파산했다. 많은 기업들이 연례보고서를 발표하고 회계적 투명성을 높이려고 힘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결과 투명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기업이 큰 수익을 내고 있다. 지배구조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된 포스코, 그리고 신세계, SK그룹, 안철수연구소, 하나투어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필자의 동창인 박상환 여행전문업체 하나투어 사장은 매월 경영실적을 직원들에게 공지하고 모든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종업원지주제 등을 실시, 투명경영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05년 한국인 가운데 두번째로 아시아 혁신 경영자상을 수상했고 회사는 내국인 송출실적과 항공권 판매실적 등에서 8년 연속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오늘날 한 국가나 기업이 부를 지배할 수 있는 것은 용기, 기술, 지식 등도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시장이 신뢰하는 투명성이란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최길현 신용보증기금 군포지점장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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