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우리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중요한 기간산업인데도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오랫동안 농사일에 종사한 농업인들이 ‘농부증’이란 직업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농부증이란 과다한 농작업이나 특정 신체부위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때 발생되는 증상으로 스트레스 축적, 신체적 피로, 정신적 긴장, 영양부족, 감염, 한랭장해 등이 원인으로 농업인 10명 중 4명이 앓고 있다.
농촌에 이런 농부증 발생이 많은 건 심각한 일손 부족과 함께 노령·부녀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과다한 농작업과 계절적 요인에 의해 농번·농한기 구분이 모호해졌고 전체적인 작업시간과 노동강도가 과거보다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겨울철 비닐하우스 시설재배 농가가 늘면서 고온다습한 작업환경과 밀폐상태, 외부와의 기온 차, 잔류농약, 불편한 작업자세 등과 진단받기 어려운 제한된 의료혜택, 농사지으면 이 정도는 당연히 아플 수 있다는 올바르지 않은 건강 인식 등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화성시가 농촌진흥청·한양대 가정의학과 등과 공동으로 기초 진단을 실시한 결과 농업인이 비 농업인에 비해 만성질환 유병률이 더 높았고 근골격계 질환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질환은 신체의 관절을 중심으로 뼈, 근육, 인대 등에 만성적인 통증을 수반하며 농작업 특성상 작업자세가 불량하고 장시간 많은 힘을 요하는 반복된 작업 동작에 기인한다. 이같은 농부증은 농작업 시간이 늘어난 농촌의 중·장년층과 여성 농업인들에게 많으며 가구당 농외소득이 많을수록 적게 나타나고 경지면적이 많을수록 높게 발생하고 있다. 겸업농이 전업농보다 높고 늦가을이나 겨울철 찬서리를 맞으며 밭농사 일을 하는 것도 농부증의 원인이다.
이제 농업인들의 건강증진사업은 일반적인 성인병 예방 중심보다도 농작업 특성을 반영한 방향에서 펼쳐져야 하며 농기계도 재해를 안겨주는 위험물이기 보다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력을 줄여 편이성과 쾌적성, 건강을 도모하는 후생적 기구 등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농업인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질환 및 사고와 농작업 관련성 등을 심층 분석하고 건강유해 요인을 규명하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하며 각각의 건강 유해요인별로 다양한 대책 마련과 의료기관, 농업기술센터가 하나가 되는 네트워크를 형성해 농촌 건강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김경배 화성농업기술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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