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나 무를 심을 때는 솎아버릴 것까지 계산하고 씨앗을 넉넉히 뿌린다. 그리고 떡잎을 보며 여러차례 실하지 못한 건 솎아 버리면서 크게 자랄 수 있는 것만 남긴다. 떡잎부터 실한 게 다른 것보다 잘 자라기 때문이다. 농사를 지을 때는 대개 이 원칙을 따른다.
하지만 ‘사람 농사’, 즉 ‘교육’의 경우에는 이 원칙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그동안 많이 보아 왔다. 공부 잘하는 사람, 뛰어난 특기를 지닌 사람, 말썽부리지 않는 사람 등만 가려 뽑아 가르치지도 않고 솎아 버릴 것까지 생각하고 넉넉히 뽑지도 않는다. 공부 못하고 별다른 재능도 없고 심심찮게 말썽을 부리는 녀석이라고 실하지 못한 떡잎 솎아 내듯 할 수 없다. 배추나 무는 성장을 예측할 수 있지만 사람의 경우는 성장을 예측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은 배추나 무의 떡잎이 아니다. 오늘 공부 잘하다가 내일 공부 못하기도 하고, 별다른 재능이 없는 것 같다가도 깜짝 놀랄 재능을 발휘하기도 한다. 나무랄 데 없는 모범생이 기가 막힐 말썽을 피우기도 하고 말썽만 골라가며 부리다 언제 그랬냐는듯 반듯해 지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 농사는 될 성싶은 떡잎도 기르고 될 성싶지 않은 떡잎도 버리지 못하고 기르는 것이다.
실하지 못한 떡잎을 솎아 버리는 일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될 성싶지 않은 떡잎에 애정을 느끼고 무엇 때문에 잘 자라지 못하는지 살펴가며 알맞은 토양과 거름을 주고 병충해를 막아 주며 한포기 배추와 무 등으로 키워내는 사람이 정말 유능한 농사꾼이다. 우리 교육현장에는 이같은 유능한 농사꾼들이 필요하다. 유능한 농사꾼인 교사는 될 성싶은 떡잎은 끝까지 잘 자라도록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울타리가 돼 준다. 될 성싶지 않은 떡잎은 더 많은 눈물과 땀을 쏟으며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보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쓴다. 특히 될 성싶지 않은 떡잎일수록 쉽게 포기하지 않고 더디더라도 참고 기다리는 인내심을 발휘한다.
‘한줄 세우기 교육’에서 ‘여러줄 세우기 교육’이나 ‘수준별 교육과정의 도입’ 등으로 변화된 것도 이처럼 사람 농사에는 예측할 수 없는 변화와 결과가 있기 때문에 떡잎의 상태에 따라 좋은 조건과 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한 것이다. 이같은 교육의 변화가 성공적으로 시행돼 모든 떡잎들이 커다란 나무와 아름다운 꽃을 피우도록 하려면 유능한 농사꾼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
/강원춘 경기교총회장 태원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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