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지역농산물 축제

박용철 한국 농촌지도자 경기도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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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장단콩축제’, 이천의 ‘쌀문화축제’, 여주의 ‘진상명품전’, 안성의 ‘바우덕이 축제’ 광주의 ‘토마토 축제’ 등은 경기도의 대표적 지역별 농산물 축제다. 지역농산물 브랜드화에 이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기에 각 시·군은 축제 성공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장단콩축제는 지난해 11월17~19일 3일동안 75만명 이상의 방문객들이 다녀가며 58억원의 농·특산물 판매실적을 올렸다. 행사장 여기저기에선 다른 시·군에서 이를 벤치마킹하려고 달려 온 관련자들의 얼굴이 눈에 띄었다.

파주시의 성공요인으로는 우선 장단콩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와 임진각광장이란 천혜의 행사장소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지역농산물축제의 성공이 꼭 ‘상품의 질이 좋아서’나 ‘넓은 행사장소가 확보 돼서’만 달성되는 건 아니다. 장단콩축제추진위는 철저히 ‘소비자’의 시각에서 행사를 준비했다. 우선 그 많은 인파가 몰려다니는데도 전혀 번잡하지 않았다. 활기차고 번화하고 떠들썩한 축제분위기는 느낄 수 있으되, 이리 저리 치이는 느낌은 없는 쾌적한 동선(動線)이 확보됐던 것이다. 이는 추진위가 각 판매부스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화장실, 식당 등의 편의시설 위치를 적절히 배치했기 때문이다. 버스에 현금인출기를 장착한 이동식은행을 가동해 소비자의 불편을 없앴고 신용카드를 이용한 상품구매도 지장이 없었다. 행사장 수십㎞ 전부터 도로마다 큼지막한 안내표지판을 설치했고 운전자가 다소 당황할만한 교차로 등에는 예외 없이 길 안내 도우미들이 나와 있었다.

행사장 내 판매 상품들은 사전에 철저한 품질인증을 거쳐 추진위원장의 직인을 찍어 품질을 보증한다. 좋은 상품, 쾌적한 공간, 임진각을 연계한 관광자원이라는 하드웨어에 친절한 판매원, 원활한 행사 진행, 고급백화점식 서비스 마인드라는 소프트웨어 등이 결합된 파주의 장단콩축제는 이제 명실 공히 명품브랜드축제로 자리를 매김한 것이다. 자치단체별로 매년 벌이는 지역행사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저기서 하니까 우리도 하고, 그저 예산에 편성됐으니까 연례성으로 하고, 단체장이나 국회의원·시의원들이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자리 정도로나 인식하고, 엉성한 준비로 주변 주민들에게 교통체증이나 소음으로 짜증이나 유발하는 행사라면 지양해야 한다. 철저한 준비로 주민들의 세금이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지역축제는 대부분 가을에 열리지만 준비는 지금쯤부터 해야 한다. 모름지기 파주시에서 한번 배워 볼 일이다.

/박용철 한국 농촌지도자 경기도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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