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월정사에서 스님들과 신부님들이 족구의 세계로 뛰어 들었다. 종교간 화합을 위한 행사로 염주와 묵주를 잠시 내려놓고 러닝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치러졌다. 결과는 신부님팀이 2대 1로 승리했다.신부님들은 “스님들이 자비를 베푸셔서 이긴 것 같다”고 겸손해 했다고 한다. 족구를 많은 국민들이 사랑하기에 신부님과 스님들이 종교간 벽을 허물 도구로 선택한 것 같다.
대한족구연합회에 따르면 전국의 족구인이 7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필자가 족구를 시작한 10여년 전이었다. 당시 공을 받는다고 오른발을 올렸는데 발은 무릎 이상 올라가지 않고 몸은 오묘한 자세를 띠고 공은 이같은 자세와 무관하게 튀고 헛발질하기가 일쑤였다. 그래도 필자 같은 사람이 있어 즐거웠던 것 같다.
족구는 때와 장소와 복장 등에 관계없이 오직 공 하나만 있으면 된다. 혼자 있을 때는 공으로 제기차기나 벽치기 등을 연습하면 된다. 둘이 있으면 1대 1 족구를 하면 된다. 네트가 없으면 바닥에 물이나 막대기로 줄을 긋고 적당한 장애물을 중간에 세워 놓거나 중립지역을 만들면 된다.
족구는 단순해 보여도 개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문화관광부장관기대회에 출전하는 전문 선수들의 화려한 기술은 묘기와 다름없고 전술은 보는 이로 하여금 짜릿함과 황홀감을 느끼게 한다. 족구연합회 관계자들은 족구를 민족국기라고 부른다. 국내에서 태동한 유일한 구기종목이라는 것이다. 일부는 삼국시대에도 유사한 놀이가 있었다고 주장할 정도이다.
오늘의 족구는 1966년 시작됐다. 출발점은 군대이다. 공군 조종사들이 조종복을 입고 비상대기를 하면서 즐기기 위한 운동으로 고안됐다고 한다. 1968년 경기규칙을 만들어 국방부에 상신했고 동시에 육·해·공군으로 퍼져나갔다. 1974년 국방부가 발간한 체력관리에 족구규칙이 게재돼 오늘날의 4인제 족구규칙이 정착됐다. 1990년 대한족구협회가 발족되고 1994년 국민생활체육에 정식으로 등록됐다.
지금의 족구는 공중 2단 회전 돌려차기나 360도 대회전 차기, 헤드 스핀 등 나날이 신기에 가까운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족구실력만 갖고도 수시입학 전형을 하는 대학들도 생겨났다. 여성족구단들도 많이 창단됐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족구 전용구장이 미비한 게 흠이다. 족구는 오늘날 국민들의 열기와 국민생활체육 활성화 방안에 힘입어 많은 동호인들이 형성되고 해외 교포사회에까지 보급돼 민족 고유의 구기로 자리를 잡았다. 이처럼 매력적인 족구를 통해 국민들은 물론 해외 동포들의 건강과 화합의 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경복 파주시 생활체육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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