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자살

김 각 현경기도노인복지시설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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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지난 1960년대 이후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인구의 도시집중과 핵가족화가 가속화되면서 부양의식의 변화는 전통사회에서 가정의 실권자였던 노인의 가부장적 지위를 약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소외계층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가정의 변화는 사회변화의 주요인을 제공하면서 윤리나 도덕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 전반의 기본질서를 바꾸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들이 겪는 4가지 고민은 소외, 고독, 질병, 역할상실 등이라고 한다. 통계에 의하면 도시 노인들의 53%가 홀로 혹은 노부부가 단독세대로 살고 있고, 시골은 62% 이상이 노인세대를 이루고 생활한다고 한다. 우리 속담에 ‘이웃 4촌’이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가까운 부모와 자식 간이라 하지만 멀리 살면 자연히 마음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몸과 마음이 쇠약해진 노인들에게는 가족과 떨어져 사는 것도 힘겨운 일인데, 자식들이 무관심으로 대한다고 느낀다면 노인들에게는 절망이 아닐 수 없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들이 매일 14명이 자살해 노인 자살률이 OECD 가입 국가 중에서 1위라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방예의지국’이요, ‘효도’의 나라라고 세계가 칭송하던 국가인데 세계 최고(?)의 노인 자살국이 됐다니 그저 씁쓸하기만 할 뿐이다. 오직 ‘잘 살아보자’는 일념으로 좌우를 살피지 못하고 돈을 좇아 살아온 결과가 결국 도덕과 윤리를 저버린 불효자식들이 범람하는 나라를 만들었단 말인가? 생명을 가진 존재는 금수(禽獸)를 막론하고 오래 살기를 원하는 게 자연법칙인데 오죽 했으면 스스로 생을 포기하겠는가?

필자는 자살하는 노인들을 향해 ‘사랑의 실패자’라고 감히 말한다. 자살 충동을 느끼는 대부분의 노인들은 가난하고 배고파서가 아니라 자식들의 무관심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식과 나의 ‘사랑의 고리’가 끊어졌다고 느끼면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기 때문에 죽는 것이다. 차라리 자식이 없는 노인은 자살할 이유가 없다. 노인들의 메마른 가슴에도 사랑을 받고 싶고, 사랑하는 대상을 가슴에 두고 싶은 것인데, 나의 분신이라고 생각하고 평생을 사랑했던 자식의 마음이 나를 떠났다고 느낄 때, 이 세상에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자식에게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순간부터, 이 노인에게는 세상은 암흑이요, 절망이며, 살고 있는 게 저주스러울 뿐이다. 이런 절망의 노인들이 대한민국에서 매일 14명씩 나온다고 생각해보라. 이 세상에 사랑보다 흔한 말이 없다고 한다. 사랑이라는 말은 길거리에 넘쳐나고, 안방극장을 도배질하지만, 정작 이 나라를 잘 살게 만든 노인들이 사랑 때문에, 사랑의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세상의 자식들이여. 자식된 자는 어떤 이유에서건 부모를 ‘사랑의 실패자’로 만들 권리도 자격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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