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전이(Sensation Transfer)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이 슈퍼마켓이나 백화점 등에서 물건을 고를 때 자신도 모르게 제품의 포장에서 받은 느낌이나 인상 등을 제품 자체로 전이시키는 것을 말한다. 즉 제품의 포장이 품위가 있고 멋있으면 사람들은 그 제품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포장과 제품을 동일시하는 행위다.
이러한 현상은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돼 왔다. 옷차림을 보고 사람을 신뢰하기도 하고 신뢰하지 않기도 한다. 예쁘고 아름다운 여자를 보면 성격이나 마음도 좋을 것이라 생각하고, 키가 크고 건장한 남자를 보면 능력 있고 믿음직스럽다고 생각한다. 학교나 나라 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여서 삼류 대학 졸업자는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학습수준이 높은 학생이 나름의 뜻을 가지고 실업계 고교에 지원했어도 그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며, 해외의 경제 선진국 학위 소지자는 국내 학위 소지자보다 더 인정을 받는다. 우리는 실제 생활 속에서 이러한 감각전이가 맞는 경우도 경험하지만 맞지 않는 경우도 경험한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실제 경험에서 생겨난다. 하지만 선입견에 기인하는 경우도 많다. 사람들은 이러한 선입견을 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가치관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인쇄 및 영상매체들이 반대 방향으로 나아간다. 예를 들면 어린이 동화에서 예쁜 공주는 다 착하고 공주를 구하는 왕자는 다 잘 생기고 용감하다. 드라마에서도 주인공은 항상 예쁘고 잘 생긴 사람이다. 언론은 잊어버릴만 하면 사법고시나 국회의원 배출 인원수로 명문교 등급을 매긴다. 학력이 떨어지는 학생의 학습능력을 얼마나 높여주었는지, 사회에 필요한 각 계층의 인재들을 얼마나 어떻게 배출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런 지경이니 아이들의 관심이나 학교교육의 방향이 어디에 무게를 두게 될지는 뻔하다. 학력차별주의 철폐를 주장하고 능력중심사회를 강조하면서 획일화를 진행시키는 셈이다.
이제 우리는 평준화는 획일화라는 도식적 생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잘 생긴 외모와 고급 인재 배출 인원 등만으로 개인의 능력이나 학교의 등급 등을 매기는 일이 획일화된 평준화가 아닐까. 평준화를 획일화라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된 감각전이의 한 현상이 아닐까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다양한 개성과 능력 등으로 개개인이 존중받는 사회, 다양한 인재를 양성하고 문화의 저변을 탄탄히 다지는 것으로 교육성과를 인정받는 사회, 가치 영역이 특정 영역에 집중되지 않고 다양하게 펼쳐진 열린 사회를 위한 평준화, 다양화 등을 고려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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