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찰에 끌려 강제로 해산되며 “내 직장인데 왜 끌어 내냐”고 울부짖는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며 한 제자가 떠올랐다. 몇달 전 대형 할인매장에서 계산을 하려는데 계산대 직원이 유심히 쳐다보며 인사를 반갑게 했다. “선생님, 저 기억나세요?” 기억을 더듬어 보니 아이들과 잘 어울리며 궂은 일도 먼저 나서 하던 제자였다.
아이는 학창시절 꿈도 있고 긍정적인 사고로 주변을 즐겁게 했다. 가끔 학교에서는 입시위주의 생활에 지쳐 힘들어 하기도 했지만 환한 얼굴로 계산대에서 웃는 모습이 직업을 가진 보람으로 보여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당시 필자는 그 제자가 한달에 80만원을 받으며 하루 종일 꼬박 서서 일하고 기계부품처럼 취급받으며 스스로를 “찍순이”라고 부르는 현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이랜드 비정규직의 아픔이 신문에 실리고 난 뒤에서야 제자의 웃음 뒤에 힘들고 고단했을 삶이 떠올라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졌다.
비정규직이 850만명을 넘어서고 있어서인지 제자들이 곳곳에서 인사를 하는 곳은 유통할인매장과 24시 편의점 계산대, 식당 보조원 등이었다. 이 땅의 젊은 청춘들이 취직하는 곳이 거의 비정규직이 됐다는 서글프고 우울한 현실이 이제야 곳곳에서 보인다.
학교에서는 “포기란 배추 썰 때나 하는 말”이라고 하며 꿈을 갖고 현실에 도전하라고 가르친다. 학생들은 희망 직업란에 거의 다 의사, 변호사, 아니면 사업가 등으로 적는다. 그러나 학생들이 졸업하고 갖는 직업들은 정규직 노동자이거나 비정규직 노동자 등이다.
독일에서는 학교 교육과정에 노사교섭이나 노동조합에 대해 가르치도록 교과서와 시간 등이 배정돼 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가장 실질적인 자본과 노동, 노사관계, 노사교섭, 노동쟁의, 비정규직 등을 현실과 가깝게 가르치지 않는다.
“자신이 번 건 스스로 번 게 아니라 사회의 덕분”이라며 재산을 사회로 환원한 카네기의 정신을 우리 기업들은 모른 척 한다. 노동자들이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일하며 평생직장으로 여기며 일하는데서 오는 기업의 생산성 향상은 계산할 줄 모르고 당장 눈앞의 계산만 하는 기업들.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며 해고의 칼날이 돼버린 법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기업의 횡포를 구경하고 보호까지 해주는 정부의 무능력. 무한경쟁과 비인간적인 효율 등을 최우선에 두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없는 사회풍토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눈물 나게 한다.
간디는 영국의 침략에 맞서 전 인도인의 영국제품 불매운동과 불복종운동 등을 펼쳤다. 나의 제자가, 나의 아들과 딸들이 또 다시 똑같은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지금 실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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