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민들레 보고도/민들레라 부르고/개민들레 보고도/민들레라 불렀지// 민들레도 모르고/개민들레도 모르는 나에게/민들레는/얼마나 웃었을까/개민들레는/또 얼마나 비웃었을까/저 산은 얼마나 욕을 했을까.” 김수열의 ‘얼간이’라는 시이다. 우리 것(민들레)과 서양 것(개민들레)을 구별하기는커녕 외래종을 마치 토종으로 아는 우리들을 외국인(개민들레)이나 어른들(산)은 얼마나 비웃었을까.
하지만 그 비웃음 자체가 비웃음거리가 되어버린 게 오늘날의 글로벌 시대이다. 개민들레는 서양금혼초에 우리가 붙인 비하성(卑下性) 이름이다. 그럼에도 그것은 타가수분으로 번식하는 토종 민들레와는 달리 스스로 번식하는 능력이 대단하다. 그래서 토종 민들레는 점점 우리 들판에서 밀려나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우리가 비웃는 것들에게 우리 것의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손님이 주인을 몰아내고 안방을 차지하는 격이다. 굳이 내것 네것을 구분할 필요가 없는 글로벌시대라고는 하지만 외국 것이 우리 것을 대체하는 속도는 언어나 식습관, 의상 등 문화와 사고방식에서도 마찬가지로 빠르다.
그런데 진정한 글로벌시대는 어느 하나의 중심적 지배보다 다양한 것들의 공존을 지향해야 한다. 중심 문화에 의해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던 변방의 문화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변방의 자리에서 중심의 자리로 가져다 놓고, 가치가 없다고 여겨왔던 것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열린 마음과 창의적 사고 등이 더욱 중요해진 시대인 것이다. 이 시대는 우리가 잘 아는 이야기 ‘개미와 베짱이’에서처럼 베짱이의 노래가 한가하게 노는 일로 치부되는 시대가 아니다. 오늘날 이 이야기는 겨울에 베짱이가 굶어죽는 게 아니라 당당하게 여름 내내 연습한 노래실력으로 음악회를 열어 개미들로부터 돈을 받고 겨울을 편안하게 보내는 것으로 바뀐다.
일도 아니라고 생각되던 것들이 고부가가치 일로 바뀔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다시 말해 남들이 비웃더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고, 그것을 일거리로 만드는 창의적 사고가 중요해진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니 우리 것 남의 것도 제대로 알지 못해 우리 자신에게서도 타인에게서도 얼간이라고 비웃음 당하거나 우리 것이 아니라고 무조건 배척할 일이 아니다. 자기 것을 제대로 알고 그것을 잘 살려나가며 글로벌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문화에는 그것을 방해하는 국제적 기준도 따로 없으니 제대로 된 우리 것이 바로 세계의 기준이 되는 게 아니겠는가.
이 광 용 수원여대 산학협력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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