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당사(政黨史)에 웃지 못할 코미디가 연출되고 있다. 지난 10일 범여권의 ‘대통합민주신당’이 열린우리당과의 합당을 공식 선언한 게 그것이다. 민주신당과 열린우리당이 민주신당이란 간판을 내걸어 마치 민주신당이 열린우리당을 흡수 통합하는 형식을 취했다.
하지만 민주신당의 실체는 무엇인가? 열린우리당 탈당파와 통합민주당 탈당파, 손학규씨, 일부 시민단체 인사들이 모여 9일 전에 급조한 당이다. 지난 2월 탈당소동이 벌어지기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집단탈당이 다섯 번 있었다. ‘신당’이란 이름이 붙은 정당 두 개, ‘통합’이란 이름이 붙은 정당 한 개 등이 만들어졌다. 불과 반년 사이에 세 번이나 탈당하고 세 번이나 창당하는 세계적인 진기록을 남긴 정치인들도 나왔고, 자기가 어느 정당 소속인지를 몰라 소속당이 아닌 곳에 탈당계를 내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로써 열린우리당은 창당 3년9개월 만에 간판을 내리게 됐고, 열린우리당 탈당파와 구(舊)민주당이 합쳐 지난달 만든 통합민주당은 구민주당으로 되돌아갔다.
한마디로 이들이 벌이는 정치쇼는 얄팍한 대(對)국민 속임수다. 국민들이 헷갈릴 정도로 돌고 돌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그들의 잔꾀와 간계한 속임수를 쉽게 알 수 있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4년 동안 집권하면서 나라를 뒤집고, 사회를 갈라놓고, 국민을 욕보이다가 버림받은 당이다. 민주신당 소속 의원 143명 중 97%인 138명이 열린우리당 출신이다. 여기에 민주당을 탈당한 의원 5명을 덧붙였을 뿐이다. 한나라당 경선에서 승산이 없자 14년 동안 온갖 혜택을 누려온 한나라당을 박차고 나온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현 정권과 연계됐던 일부 진보진영의 시민단체 인사 몇사람 더 끌어들인 게 전부이다.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이 1~4차례에 걸쳐 열린우리당을 탈당하고 민주당과 합당했다가 다시 탈당하고, 신당을 만들고 하면서 지난 7개월 동안 난리를 피웠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다가 되돌아온 의원들이 표변한데 대해 새삼 놀랄 것도 없다. 그들은 탈당하면서는 “참회한다”고 했던 사람들이다.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자질이 문제”라거나, “오만”, “민주 자산(資産) 다 팔아먹어”라는 등으로 돌팔매질을 하고 탈당을 한 사람들이 몇 달만에 되돌아와 슬그머니 친노(親盧)세력과 다시 한 배를 타기로 한 것이다. 이들이 앞으로 얼마나 정치적 영화(榮華)를 더 보려고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상적인 사람들이 아니다. 국민에게 버림받은 열린우리당으로는 연말 대선과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기에 다시 합칠 것을 전제로 ‘위장이혼’이나 ‘기획탈당’을 하면서 ‘위장폐업’을 한 뒤 간판만 바꿔 단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것이다. 열린우리당이란 이름으로 국민들의 심판을 받는 게 두려워 그 이름을 합법적으로 폐기할 구실이 필요했던 것이다. ‘도로 열린당’ 만들고 대통합했다고 큰 소리를 치니 기가 막힌다.
민주신당의 강령과 당규, 정책 등은 열린우리당과 똑같다. 강령이 같고 그 안의 사람이 같으면 같은 당이지 다른 당이 아니다. 흡수 합당이란 꼼수를 쓴다고 당의 본질이 바뀌겠는가? 7개월 동안 돌고 돌아서 ‘도로열린당’이 됐는데 말이다. 달라진 것이라고는 밖에 걸린 당 간판 하나뿐이다. 대선에 나서겠다는 손학규씨와 국회의원 공천에 눈독 들이고 진을 친 시민단체 사람들 정도가 달라진 풍경이다. 이들 속임수를 쓰는 정치인들이 기대하는 것은 단 한 가지. 새 간판을 달았으니 국민이 헷갈리기를, 과거를 잊어주기를, 속아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정당으로서 최소한 갖춰야 할 정치 도의마저 내팽개친 셈이다. 이런 정치인들이 대통령 선거까지 앞으로 남은 넉달 동안 또 무슨 잔재주와 꼼수를 쓰며 국민들을 속이려 할 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국민들은 그 당이 눈속임용 신장개업을 하려는 계략임을 이미 다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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