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노인

김 각 현 경기도노인복지시설 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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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나이가 들수록 젊었을 때보다 기억력이 나빠진다는 것은 일종의 자연적인 노화현상이다. 늙고, 병들고, 죽는 과정은 어쩌면 모든 만물의 당연한 요식행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능장애가 생기고 정신능력을 잃어버려 인격을 상실하는 정도가 되면 이는 질병이다. 정신능력을 점점 잃어버리는 질병, 우리는 이것을 치매라고 부른다. 과거에는 치매는 늙어가면서 당연히 찾아오는 노화현상의 일종으로 생각해 가족 내 문제로 가볍게 여겨 치료도 하지 않았던 노인병이었다. 하지만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치매 노인수가 갈수록 늘어 이제는 요양과 치료의 문제가 가정을 넘어 사회문제로 성큼 다가섰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전국 노인의 8.3%가 치매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37만명 이상의 노인들이 치매질환을 앓고 있다는 보고다.

치매는 기억력을 상실, 과거를 회상하지 못한다던지, 지남력 장애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던지, 망상이나 환각 등으로 타인을 무서워한다거나 물건을 훔쳐갔다고 떼를 쓰는 등 성격이나 인격이 변화함으로써 완전히 자기를 상실해 가는 질환이다.

노인이 돼 옛날을 회상하며 자신의 화려했던 시절이나 아름다운 추억을 주마등 같이 회상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노인들은 과거를 먹고 산다”고들 하는데 삶의 흔적들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인간에게는 잔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치매노인은 극락에 살고 가족은 지옥에 산다”는 말도 있다.

치매를 앓고 계신 노인들은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계속 방황하거나 물건을 감춰두거나 매일 보따리를 풀고 물건을 찾거나 혼자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거나 사람만 보면 무섭다고 피한다거나, 아무 곳에서나 옷을 벗거나, 친했던 가족도 알아보지 못하거나, 자신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거나 등등 철저하게 자신을 상실하지만 정작 본인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어머니가 비상식적이고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는 가족들은 고통이 아닐 수 없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어머니의 변화된 모습을 지켜보는 자식들은 하루하루가 지옥생활 그 자체일 수밖에 없다.

가족의 중심에 계실 어른이 가족관계를 단절시키고 가족의 파괴자기 되고 있는 현실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치매는 철저하게 인간성을 말살시키고 인간관계를 단절시켜 마지막 삶을 회색빛 천으로 가려 버린다. 우리사회도 이제 치매문제는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 보건, 복지 분야의 최대의 사회적 과제가 되고 있으며, 노인문제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극복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치매는 의약품 개발도 중요하고, 사회적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치매노인에 대한 가정의 따뜻한 사랑과 배려가 아닐까 생각한다.

김 각 현 경기도노인복지시설 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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