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이명박 후보를 고할 것으로 보이고 교육부는 사립대에 강경대응을 하는 모양이고 경찰청장은 자기를 비방한 총경을 혼내겠다고 난리들이다. 우리 사회는 꼭 이분법적으로 볼 수 없다.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이분법적으로 문제를 되돌려 보면 좋은 해법이 나오기도 하기 때문에 엉클어진 판을 수습하는 데는 좋을 수도 있다. 중국의 고사를 들먹거리지 않아도 동전의 앞면을 보는 이와 뒷면을 보는 이가 있다는 사실쯤은 기초이다.
그러나 과연 서로가 서로의 입장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아니 이해하려고 하는지는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는 세계사의 유례없는 침략을 당해온 민족, 그리고 일제시대를 극복한 민족으로서 외세에 끝까지 대항하고 글자 하나에 목숨을 거는 유교적 전통이 강하지만 이제는 세계사 속에 유연하게 주고받으며 상호 공존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때가 아닌가 자문해 본다.
우리는 청와대, 교육부, 경찰청장 등의 입장도 이해한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는 사실도 이해한다. 그러나 여기까지 왜 우리 사회가 왔을까 생각해 보면 서로가 반성해야 할 대목들이 너무 많다. 누가 청와대를 믿는단 말인가. 누가 정치권을 믿으며 교육부와 사립대 등도 따지고 보면 난형난제다. 우리 국민들처럼 행간을 읽으며 진실을 추출해내는 능력을 가진 위대한 국민(?)들도 별로 없지만 더 이상 국민들을 괴롭히는 불확실한 사회는 안되는 게 아닐까? 필자는 감히 주장하고 싶다. 사회를 최소한 정상의 사회로, 염치와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국민들을 무어라고 하기 전에 솔선수범해야할 사람들이 석고대죄라도 하면서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나.
원칙과 기준도 없는 현 정부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지금부터 우리 모두 정신을 차리자. 국운회복운동이나 이성찾기 운동이라도 벌이자. 21세기가 막 시작하는 지금, 차분히 기초를 다지고 준비해야 할 것 같아 별 대안도 없이 호소해 본다. 헝클어진 사회를 갖고는 진정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시작은 반이다.
홍 문 종 경민대학장·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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