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따뜻한 사람

문 애 숙 고향을 생각하는주부들의모임 경기도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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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초등학교 친구와 만나 생맥주를 마시는 기회가 있었다. 한 참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을 무렵 친구가 한마디 던져준다.

“너랑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기분이 참으로 편해진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 말 많이 하지?”

“너 역시도 편하게 느껴지는걸….”

나이 마흔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지라 했거늘, 친구와 헤어져 집에 돌아와서는 뜻 모를 기쁨이 나를 즐겁게 했다.

그런 이후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과연 이 말을 들을 수 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십 수년 단체생활과 봉사를 하면서 힘들고 고단해도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며 생활해 온 것이 마음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다 준 것은 아닌지.

물론 신혼시절은 시할머니와 시부모님 밑에서 (층층 시하의) 종가집 맏며느리로 눈 코 뜰 새 없이 고달픈 날들을 보냈었다. 직장생활만 해 오던 철부지 색시가 안쓰럽고 미안했던지 남편은 농협이 실시하는 주부대학에 나갈 것을 권유했다.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그래, 집안 일 잘 하는 착한 며느리도 좋지만 현명한 며느리, 아내가 되자!” 하고는, 1991년 농협 주부대학을 수료하고 소비자단체인 사단법인 고향을생각하는주부들의모임에서 활동하며 봉사자의 길을 걷고 있다.

그야말로 순수한 주부들이 모여 만들어진 단체로서 일손이 부족한 농사철엔 내 일인양 팔 걷어 올리고 농사일도 도와줌은 물론, 매주 직거래 장터를 운영해 기금을 마련하여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힘들고 어려운 이웃에겐 김장김치와 쌀을 전달하고 있다.

특히 우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질 좋은 농산물을 타 시·도와 연결해 경기도내 시·군 회원들에게 직거래 형식인 생활협동클럽을 통해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상생하는 계기를 마련하여 주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똑똑한 사람도 필요하고 따뜻한 사람도 필요하다. 마음이 따뜻하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들이 봉사를 할 때 진정 어려운 이웃의 시린 자리를 따뜻하게 보듬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선거가 있는데 우리의 대통령은 똑똑한 대통령도 좋지만 어머니의 마음을 가진 따뜻한 대통령이 당선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문 애 숙 고향을 생각하는주부들의모임 경기도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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