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에게 “연세가 몇이냐”고 묻는 이가 더러 있다. 연세라? 하기야 지천명을 넘긴 나이다. 얼굴 여기저기 책임질 것만 있지 부(富)티라고는 찾아볼 수 없지만 그럭저럭 먹고 산다. 부모님의 희생 덕분이다. 따지고 보면 부모님 세대만큼 가난을 벗처럼 끼고 산 분들도 드물 것이다. 꽁보리밥이면 어떻고 강냉이죽이면 어떠랴. 자주 접할 수만 있었어도 행복했다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네 일상이 그러할진대 목돈 만져보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아니었을까? 목돈 마련할 양으로 했던 게 바로 곗돈이다. 자라면서 어렴풋이 아는 바로는 계주가 있고 곗돈 타는 순서도 미리 정한다. 가장 먼저 타는 사람이 다달이 내야하는 곗돈이 제일 많고 나중에 타는 사람일수록 내는 돈이 적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마지막 순번이 탈 때까지 계원 모두 정한 금액을 제대로 내줘야 한다는 점이다. 잘못되는 날이면 산통이 깨진다.
요사이 경인고속도로 통행료문제로 더러 시끄러운 모양이다. 그동안 받을만큼 받았으니 이제 무료화하라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일리 있는 것 같고 공짜로 다니자는데 쉽게 동조한 것 같기도 하지만 그리 간단찮은 게 현실이다. 모든 노선 통합채산제의 불가피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 같다. 부르는 이름이야 제각각이지만 전국의 고속도로는 하나로 이어져 있고 주체도 동일하다. 민자를 제외한 모든 고속도로를 하나로 보고 수지타산을 따지는 방식이다. 이 방안이 문제라면 국민적 합의를 거쳐 대안을 마련할 일이다. 그게 그리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곗돈으로 치면 경인고속도로는 첫번째 탄 셈이다. 제주도민들을 비롯한 온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우리 지역에 가장 먼저 고속도로를 놓았다. 다른 지역에 우선해 그만큼 혜택을 입었다. 아직도 고속도로가 건설되기만 기다리는 지역이 한둘이 아니다. 마지막 순번이 어디일지는 모르지만 그때까지 곗돈 내듯 통행료를 내줘야 하지 않을까?
목돈 투자해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푼돈을 모은다. 그것으로 다른 지역에 고속도로를 놓는데 보태는 것이다. 제2경인·외곽순환·서해안고속도로 등 이 지역 주민들이 늘 이용하는 고속도로 건설에 쓰였다고 보면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경인고속도로를 무료화하면 통행료 수입이 가장 많은 경부고속도로를 무료화해야 한다. 우리 봉급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지 않는 한 다른 지역 통행료를 올릴 수 밖에 없고 급기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제 발등에 오줌싸는 격이 되고 만다.
장동화 도공군포지사장 남서울대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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