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게맛을 알아?” 이후 “4주 조정기간 후에 뵙겠습니다” 등 다양한 유행어들을 만든 배우 신구(72). 칠순이 지난 나이지만 ‘사랑과 전쟁’, 시트콤 ‘김치치즈스마일’, 드라마 ‘왕과 나’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와의 인터뷰가 잡히고, 보나마나 방송에서 보던 구수한 할아버지 눈웃음처럼 편안한 성품일 것이라는 예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전혀 예상 밖의 상황이 전개됐다.
비교적 일반적인 질문으로 시작했다. 지난 1972년부터 작품을 시작해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작품에 출연해 왔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없느냐고 묻자, 퉁명스레 “없다”고 대답한다. 무슨 말이 왠지 이어질 것 같아 기다렸지만, 조용하다.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비결을 물었더니 “사랑받는다는 것은 느끼지 못한다”며 “그저 할일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속사 없이 활동하고 있는 게 불편하지 않는지를 물었다. 역시 “없다”며 “할만하니까 하는 것”이란다. 그래도 처음보다는 긴 답들이다.
기대가 빗나가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왕 시작한 것이니 옛날 이야기를 꺼내봤다. 과거 경기고를 졸업하고 명문대에 들어가는 과정은 자연스런 엘리트 코스로 알려져 있다. 방송에서 순박하게 웃는 그의 모습이나 시트콤 ‘김치치즈스마일’에서 엘리트의 모습을 찾기는 어렵지만 그가 경기고를 졸업했다는 사실을 보고 학교 시절은 어땠는지 묻자, “옛날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무척 예민한 반응에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드라마 ‘왕과 나’에선 심각한 연기를, 시트콤에선 희극을 연기하는 게 어렵지 않느냐”고 묻자, “힘들지 않고 질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대뜸 전화를 끊는다.
연예인들이 목에 힘을 준다고는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봤기 때문에 이 정도의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인터뷰한 연예인 가운데 가장 무뚝뚝하고 괴팍했다.
하지만 방송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 그는 정말 연기를 잘한다.
/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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