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지하는 대선후보

김병모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국제박물관협의회 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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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만화를 대표하는 작품 중에 하나가 찰리 브라운이다. 초등학생인 찰리가 하루는 박물관에 갔다가 인솔교사를 잃어 버렸다. 찰리가 공룡 구경을 재미있게 하고 있던 중에 인솔 교사와 일행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필자는 40여 년 전에 이 만화를 읽다가 미국 교육의 수준과 미국 박물관의 기능에 대하여 깊은 감명을 받았다. 당시의 미국 박물관들과 어린이를 위한 교육방법은 한국의 현실에 비하여 너무 앞서 있었다. 그런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중 하나가 성장하여 ‘쥬라기 공원’을 제작한 스티븐 스필버그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 크고 작은 박물관의 수가 400곳이 넘지만 그 중에는 전시실 하나짜리 초미니 박물관도 수두룩하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교육시설로는 새로운 대학이나 병원보다 세계적인 자연사 박물관 하나, 지구와 지구인의 문화를 이해시키는 세계 민족학 박물관 하나가 절실히 필요하다.

훌륭한 자연사 박물관 하나는 국립 과학대학 하나 보다 훨씬 교육효과가 크고, 세계 민족학 박물관 하나는 한국학생 전체를 세계인으로 키우는 종합 교육기관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그런 기초 교육시설도 없는 풍토에서 자라난 한국인들이 세계인들과 경쟁을 해서 지금 여기까지 와있는 것은 기적이다. 왜 여기서 더 발전하지 못하고 몇년 째 10위권 밖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는지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해답은 간단하다. 지식의 기초가 되는 실물교육을 경험할 수 있는 박물관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허술한 기초 위에 아무리 그럴듯한 집을 지어도 그 집이 오래 못 가듯이 기초지식이 약한 상태로 성장한 젊은이들이 세계를 상대로 정치, 외교, 무역을 하여도 분명히 한계가 있는 법이다. 문과고 이과고 간에 그 현상은 똑같을 것이다. 교육의 기본으로 돌아가 새로 시작할 필요가 있다.

‘문명의 충돌’ 저자로 유명한 새뮤얼 헌팅턴 교수의 분석을 잘 살펴볼 이유가 여기에 있다.

40년 전 지구상에서 최빈국이었던 한국이 지금 세계 11번째의 무역 대국으로 발전하였다. 그 이유는 한국인들이 이룩해 온 수천년 간의 역사에 대한 자존심과 한글의 사용이라는 편리성이 상승작용을 일으킨 결과라고 그는 설파하였다. 문화와 과학은 별도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밀고 당기면서 함께 자라는 것이다. 자연과학와 인문학은 서로 보완관계를 유지하며 인간을 성장시킨다.

2008년 정부예산안 중에 문화예술관련 예산이 2조원을 넘었다. 하지만 그래봤자 총 예산의 1% 수준이다. 그러나 그 쥐꼬리만한 예산 마저도 많다며 삭감하자고 혈압을 올리는 국회의원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다. 과연 그들의 생활비 중에 문화와 예술에 필요한 돈이 1%밖에 되지 않는가.

대선이 다가오면서 여러 후보들이 난립하는 것도 후진국적 현상이지만 정부예산의 단 1%만으로 문화와 예술을 진흥시키겠다는 발상이 세계 최빈국 수준이다. 나는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그런 한계를 뛰어 넘어 우리의 대한민국을 선진국 대열로 이끌고 갈 안목과 추진력이 있는 대통령을 원한다. 필자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김병모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국제박물관협의회 종신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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