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번째로 1848년 미국의 주(州)가 된 위스콘신 주는 주로 독일계와 폴란드 이민자들로 구성된 미국 제일의 낙농지역이며 맥주의 생산지이다. 강원도의 10배 정도 되는 땅에 500여만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밀러 맥주가 위스콘신에서 가장 큰 도시인 밀워키에서 생산된다. 교육기관으로는 주도(州都)인 매디슨에 위치한 위스콘신 주립대가 있다,
본래 위스콘신은 저주받은 땅이라고 불릴만큼 미국 중북부의 황량한 대지로 살기 어려울 정도의 혹독한 추위와 수십㎝씩 쌓이는 눈으로 유명하다. 위스콘신 사람들은 위스콘신이 가장 질 좋은 미국 치즈의 대명사로 불리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매우 크다. 자동차 번호판에 미국 최고의 낙농의 땅이라는 의미의 ‘America’s Dairyland’ 슬로건을 붙이고 다닌다. 그러나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같은 대도시 사람들은 위스콘신 사람들을 ‘치즈 헤드’라고 비아냥 거려 왔다.
그러나 이제 위스콘신은 치즈 냄새 물씬 나는 낙농의 땅만이 아니다. 10여년 전부터 시작된 문화시설 건설붐이 위스콘신을 문화·예술의 고장으로 탈바꿈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100여곳에 이르는 공연장과 전시장 등이 신축되거나 개·보수, 또는 증설되고 확장됐다.
이 결과 밀워키 미술박물관이 세계 예술 지도 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밀워키의 이미지를 문화예술 도시로 쇄신시켰고 주 수도 매디슨의 시가지 한 블록을 주립 문화·예술공간으로 변모시킨 화려한 문화예술센터(Overture Center)는 문화예술 위스콘신의 위상을 끌어 올리는데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 아름다운 숲 속에 자리한 야외극장, 솔론 스프링스의 루시우스 우즈 아트 센터((Solon Spring’s Lucius Woods Arts Center)라든가 벨로이트 다운타운에 문을 연 미술관(Fine Arts Incubator) 등은 지역사회 발전을 보다 집중적으로 도모한 사례들로 꼽히고 있다.
학교 강당들도 지역사회 문화·예술활동과 연계되도록 했고 수준 높은 예술공간은 도시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명제 아래 농촌 지역과 소도시, 조그만 도시 외곽의 마을 등에까지 훌륭한 문화예술 공간들이 대대적으로 건립됐다. 이같은 예술공간 건립 붐은 위스콘신주 차원으로부터 단위 자치단체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일궈 낸 가치, 즉 ‘문화예술은 시민 생활 그 자체’라는 사회적 합의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상당히 짧은 기간에 수많은 문화·예술공간들을 건립하다 보니 공간 운영에 있어서나, 지역사회에 대한 서비스에 있어 만만찮은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그래서 위스콘신예술위원회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문화시설 지원 프로그램’을 수립하고 지난 2002년부터 12명 안팎의 전문 인력들을 투입, 지역사회의 문화·예술시설 운영을 적극 지원해주고 있다.
위스콘신의 이같은 일련의 문화예술 진흥시책은 20세기 초반 위스콘신 주지사 로버트 라폴렛트와 같은 시기의 위스콘신대 총장인 찰스 하이즈가 주창한 ‘위스콘신 아이디어(Wisconsin Idea)’에 근원을 두고 있다. 위스콘신 아이디어는 “정부는 훈련된 전문가의 재능과 식견 있는 학자들의 자문, 그리고 능동적이며 잘 교육된 시민정신을 조화시키고 공유해야 한다. 이같은 문화요소는 경제·사회 발전의 핵심이다”로 요약된다. 이를 위해 위스콘신 아이디어가 중점을 뒀던 부문은 대학교육 시스템을 확립하고 주의 구석구석까지 교육과 문화 등의 혜택들을 보급하는 일이었다.
이를 이어 받아 문화시설과 예술공간을 확충, 위스콘신 아이디어의 꽃을 만개시킨 리더십의 중심에 위스콘신대 농대 로버트 가드(Robert Gard)가 있다. 그는 “예술이 가정에서부터 시작되게 하자. 학교와 사회와 정부로 확산되도록 하고, 우리가 있는 지금 이곳에 예술의 아름다움이 숨쉬게 하고, 삶 속에 예술의 가치를 드높이게 하자”고 말한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이 시점에서 한번쯤 위스콘신 아이디어를 반추해 본다. 무엇이 진정 이 나라를 위한 리더십인가를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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