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대한 기대 줄이면 경제적 성공 - 2007년을 보내며

김이석 경기개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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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을 시작한지도 어제 같은데 벌써 그 끝자락을 마주하고 있다. 연말 분위기가 예전에 비해 너무나 조용하다. 어떤 이들은 이것이 종부세의 부담 때문이라고도 하고, 어떤 이들은 삼성특검으로 연말행사가 취소되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되돌아보면 사회경제적으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종합주가지수가 2000p를 돌파했고 한미 FTA가 체결됐다. 한미 FTA 체결, 그리고 앞으로 예상되는 중국, 유럽과의 FTA는 우리에게 더 많은 교역의 기회가 열리고 우리나라가 세계 분업구조 속에 더 가속적으로 편입될 것임을 뜻한다.

이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잘 할 때 그 보상은 훨씬 더 크게 되겠지만 반대로 우리가 잘 할 수 없는 일들에 매달리면 예전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뜻이다.

더 유연하게 세계 경제 환경의 변화에 대처해나갈 수 있도록 경제 각 분야의 유연성이 높아져야 한다.

특히 2007년 우리는 선거를 통해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 정권을 교체했다. 국민들은 경제를 잘 되게 해달라는 염원을 담아 이명박 후보를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실용정부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친기업 환경을 만들고 정부의 기능도 축소하는 작은 정부가 기대된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국민들의 복지에 대한 기대는 한껏 부풀어 있어 이런 변화는 생각처럼 쉬울 것 같지 않다. 경제적 성공을 위해 우리는 정부에 대한 지나친 기대 자체를 낮출 필요가 있다.

국민을 곤궁하게 하겠다고 약속하는 정치지도자는 없다. 사회주의를 주창한 정치지도자들은 “능력에 따라 생산하고 필요에 따라 배분하는” 희소성이 사라진 풍성한 세상, 취미로 일하는 지상낙원을 약속했었다. 그러나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사람들을 그 계획을 실천하는 수단에 불과하게 만들었고 당국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 자들을 무자비하게 숙청하였을 뿐 아니라 사람들을 극심한 궁핍으로 내몰았다.

영국도 복지국가의 이상을 내세우면서 개인들을 무책임하고 의존적으로 만들어 결국 선진국으로는 처음으로 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재정파탄에 이르렀고, 여타 유럽 국가들도 ‘복지병’을 어떻게 고칠까 개혁 방안들을 고민하는 중이다. 그러나 복지국가를 주창한 정치가들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선전했었다.

시장을 대체하겠다는 약속이 거창할수록 실패 또한 참담했다. 지옥으로 가는 문은 미사여구로 장식되어 있었던 것이다. 부자의 주머니를 털어 복지 지출을 늘리는 정책의 한계는 분명하다. 이제 털릴 사람들은 투자하기보다는 자본의 소비에 열중하는 등 덜 털릴 방법을 찾고, 정부의 에 의존해 자기 호주머니를 채울 사람들은 ‘좋아진’ 환경에 적응한다. 정부지원은 이제 법률에 명시된 권리로 변하고 그들의 기대는 커진다. 잃었던 권리를 되찾았을 뿐이라고 속삭이는 이론가들이 있기에 이들의 요구도 더 당당해지고 커진다. 세금 거둘 바탕은 약해지는데 그저 먹을 입은 많아지고 커진다.

자기가 뿌린 것은 자기가 거두는 책임이 살아있을 때 ‘피와 눈물을 지닌’ 사람들은 희소한 자원을 그들의 ‘피와 눈물을 지닌’ 주관적 가치관에 따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용도에 먼저 사용하려고 애쓴다. 이것이 경제학자들의 가장 기본적인 발견이다. 시장은 바로 다른 사람들에게 그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을 더 저렴하고 고품질로 공급할수록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하는 “더 좋은 결실을 거두게” 하고, 그렇지 못하면 이미 가진 자원도 줄게 만드는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는 곳이다. 이제 우리가 ‘경제’를 선택했다면 정부가 우리에게 해 줄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우리가 열심히 노력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그 환경을 마련하는 데 주력해 주길 바라자.

혹시 자신이 이런 복지 지출의 덕을 볼지 모르겠다고 생각된다면, 좀 더 멀리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복지병을 앓던 나라들의 실패를 상기하자. 뼈아프게 경험해보지 않고도 남의 경험으로부터 배우자. 그런 배움을 통해 2008년부터 우리가 선진국으로 향한 기초가 다져지기를 희망해 본다.

김이석 경기개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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