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종대왕상의 힘

최운실 아주대 교수·한국평생교육총연합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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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금 세느강과 에펠탑이 내려다보이는 유네스코 파리 본부 3층에서 활력과 생동감이 넘쳐나는 파리의 아침을 맞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오랜 역사의 궤적을 안고 유럽 연합 EU의 의장국으로 그 위용을 과시하며 유럽세계의 중심 국가로 다시금 부상하고 있는 프랑스의 안방, 파리의 아침은 오늘도 기다란 바게트 봉지를 들고 총총히 메트로 안으로 사라지는 파리잔느들의 발걸음처럼 힘이 넘쳐난다.

필자는 이곳에서 지금 세계 문해교육상 심사위원의 자격으로 세계 각국의 정부와 NGO시민사회단체 등이 추진하고 있는 ‘만인을 위한 교육사업’의 현장들을 각종 다큐멘트 자료와 동영상 및 사진들을 통해 심사에 임하고 있다. 5년째 이 일을 맡아 매년 7월이면 늘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 오고 있다. 세계 각 대륙에서 추천된 5명의 대상 심사위원들이 일주일 동안 꼬박 심혈을 기울여 심사에 임하고 있으며 필자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이른바 문해교육상이라 불리우는 이 상은 한국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유네스코 세종대왕상과 IRA라고 하는 국제문해교육기구(미국 소재)가 후원하는 유네스코 IRA상 그리고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유네스코 공자상 등 세 종류로 수여된다. 여기에 HM(Honorable Mention) 이라고 하는 특별상 성격의 명예대상이 함께 수여된다.

2008년 올해에도 예외 없이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아랍 등 39개 나라의 교육 프로젝트들이 정부와 국제기구들의 추천을 받아 대상 후보로 경합을 벌였다. 아직 최종 확정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현재 심사위원단이 추천을 하여 최종 합의단계에 있는 대상 심사후보들은 영국의 BBC 방송의 RaW(읽기 쓰기 기초교육사업)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이디오피아, 잠비아 등 5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해교육 사업들이다.

한국 정부가 유네스코 세종대왕상을 책정하여 매년 5만불에 가까운 정부후원금을 수여하게 된 배경에는 역사적으로 한글을 창제해 모든 백성들이 문자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한 세종대왕의 뜻을 기리고 이를 전 세계에 알리고 싶은 큰 뜻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과 교육수준을 자부하는 학습국가로서의 한국의 교육적 저력과 위용을 알리고 이를 전 세계적 벤치마킹의 모델로 확산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이를 본받아 중국정부 또한 매년 15만불을 유네스코 공자상에 지원하고 있다. 매년 9월8일은 세계 문해의 날이다. 유네스코 상은 바로 이 날 수여된다. 뒤늦게 동참한 중국은 대대적으로 이 상의 수여식을 하고 심사위원단과 수여국들을 초청해 성대한 국제세미나를 개최할 만큼 이 일에 적극적이다. 우리 정부 또한 국가 차원의 평생교육진흥사업과 맞물려 이 상에 막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필자는 오늘 문득 파리에서 5백여년전 조선의 어린 백성을 위해 한글을 창제하고 그들의 문민화를 위한 가르침에 온 힘을 기울이셨던 대왕의 위대한 혼이 머나먼 타국 땅 이 곳 파리 유네스코에서 다시금 이 상을 계기로 부활하고 있음을 강한 감동으로 느껴본다. 대왕의 위대한 교육문화사업의 혼과 정신이 오백년을 건너 그 후예인 우리 한국민들을 통해 저 멀리 아프리카 대륙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를 위한 교육의 저력’으로 부활할 수 있기를 희망으로 기대해 본다.

그 희망만큼이나 왠지 오늘 파리의 커피향과 바게트의 고소함이 더욱 진하고 향기로운 파리지앵 여인네들의 한 여름 검은 롱 부츠와 겨울 세무 코트가 내게 친근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최운실 아주대 교수·한국평생교육총연합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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