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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정직성 교육에 감동이 되어 그 사실을 전교생과 학부모에게 알렸다고 한다. 그 이후 지금까지 빨갛게 익어가는 학교 감을 몰래 따가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 가을엔 감을 모두 따 학급에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필자는 이 할머니를 정직성교육의 산 표본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필자의 학교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본교에서는 아이들이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기 토끼를 구해 건물 앞 화단에 방목해 마음껏 데리고 놀도록 했다. 토끼와 놀려고 아침 일찍 오는 아이, 점심시간·휴식시간·방과 후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긴다.
검은 토끼 4마리, 흰 토끼, 얼룩토끼 2마리를 학년별로 1마리씩 배정해 아이들로 하여금 이름을 짓도록 했다. 토끼는 아이들과 가까운 친구 사이가 되어 안아주고 쓰다듬어주고, 함께 뛰 놀면서 먹이도 주고 병나지 않나 걱정도 많다. 일요일에도 토끼 풀을 갖다 주곤 한다. 가정에서도 온통 토끼가 화제거리였다.
그런데 3학년 한 개구장이가 가지고 있던 메니큐어로 흰 토끼의 눈가를 빨갛게 칠했다. 보고 있던 아이들이 깜짝 놀라 담임께 알렸고 담임은 아동에게 주의를 주었다. 한 아이가 헐레벌떡 달려와 나에게 한 마디 던졌다. “교장선생님, 흰 토끼가 얼굴에서 피가 흘러 죽을 것 같아요.” 놀라서 가보니 얼굴 눈가에 빨간 선이 그려져 아플 것도 같았다. 그러나 얼마나 예쁘면 그토록 아름답게 꾸며주려고 그랬나 우습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였다.
그 이후 감동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 사실을 안 가정에서 동물애호 교육과 생명존중 교육이 철저하게 이루어졌다. 그것도 모자라 할머니께서 직접 학교에 와서 교감선생님께 손주교육 잘못했다고 직접 사과한 후 토끼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가서 눈에 묻은 메니큐어를 모두 지우고 토기의 눈 진찰도 하여 이상 없음을 확인했다. 아이들이 토끼를 예쁘게 화장하려고 했으니 괜찮다는 교감 이야기도 있었으나 이때 동물애호 정신과 생명이 소중함을 교육시키지 않으면 이후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기어코 병원을 다녀오셨다. 아빠도, 엄마도 자녀교육을 더 잘 시키겠다고 전화로 사과해 우리 교직원 모두가 감동을 받았다.
아이들이 장난으로 감을 따갔고, 장난삼아 메니큐어로 눈가를 칠했는데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사소한 일이라고 담임의 훈계에도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두 할머니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잘못을 감싸주는 사랑이 아니라 해서는 안 되는 것을 분명하게 가르쳐주는 진정한 할머니의 교육이다.
요즈음은 아이들 모두가 핵가족이라 소중하다. 분별없는 사랑과 과보호 속에서 해서는 안 되는 것과 해도 되는 것을 분명하게 가르쳐 주는 일에 소흘한 점도 많다. 미래의 사회에는 정직성과 타인배려적인 글로벌 매너가 성공을 좌우하고 삶의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한다. 아마도 이런 가정에서 자란 두 아이는 정직이 무엇인지를 일찌기 깨닫아 먼 훗날 고위직에 추천을 받고도 정직성 문제로 낙마하는 일이 절대로 없을테고 남을 배려하지 못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경시하는 폭력 문제도 없을 것이다.
지금 청소년들의 기본이 무너진 생활 모습, 왕따, 폭력문제, 가출 탈선이 문제로 고민이 많다.
모두가 해서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분명하게 교육시키지 못한 결과이다. 그러나 이 두 할머니의 가정교육이 있기에 우리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보는 것이 아닌가. 우리 모두가 이 할머니를 본받아야 할 것이다. 학교 교육도 우리 교원들도 마찬가지이다. 잘못을 시인할 수 있는 용기와 그릇된 손주의 행동을 바르게 고치려는 집념과 의지도 배워야 한다. /전근배 수원신성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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