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예술원 회원에 대한 예우

이진배 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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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예술원은 1954년 문화보호법에 의해 설립되었고, 이를 승계해 1988년 제정한 대한민국예술원법에 근거하여 존립하고 있는 국가기관이다. 회원 정원을 100명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현재 회원수는 문학, 미술, 음악, 연극·영화·무용 4개 분과에 84명이다. 예술원 회원이 되려면 문화예술계에서 최소 30년 이상 기여한 공적이 있는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자격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회원 선정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엄격하다. 회원과 문화예술 기관장, 80개 대학 총장이 후보자를 추천하고 예술원 내부에 심사위원회가 구성돼 후보자들의 자격을 심사하고 순위를 정한다. 이를 다시 분과회에서 심의하고 최종적으로 총회에서 선정한다. 김수용 회장을 비롯 회원 개개인의 존함을 살펴보면 대한민국예술원이야말로 진정한 대한민국 명예의 전당임을 알 수 있다.

건국 60주년이 다 지나기 전에 새삼 예술원을 거론하는 이유는 예술원 회원 개개인의 업적이 바로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모습이며, 국민적 자부심임에도 정치·경제 지도자는 물론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 이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물질적 욕구와 정치권력의 단맛에 세상이 요동치며 자신의 이익 챙기기에 분주했던 60 성상의 시류 속에서 돈과 권력과는 거리가 먼 예술세계에 일생을 걸고 예술을 통해 우리 삶의 영혼과 영광을 추구하는 외길을 걸어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들은 충분히 존경 받아 마땅하다. 위대한 국가의 초석은 위대한 예술의 창조에 있음을 행동으로 실천하고자 역경을 헤치며 진력해 온 예술가들이 있기에 오늘 이 나라에 명예의 정신과 문화예술의 향기가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문화대국 프랑스에는 프랑수아1세가 학자와 예술가들을 후원하기 위해 1530년에 세운 콜라주 드 프랑스가 있고, 1634년에 설립된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있다. 아카데미 프랑세즈는 재상 리슐리에 추기경이 문인과 예술인들을 지원함으로써 프랑스의 자존심을 고양하기 위해 설립했다. 40명의 아카데미 회원은 프랑스인에게 더 할 나위 없는 최고의 명예이다.

우리와 프랑스의 차이는 단절의 경험이다. 프랑스가 훌륭한 제도와 역사를 유지 발전시킨 반면 우리는 끝없는 단절의 연속이었다. 그렇기에 대한민국에 다시 회생한 예술원의 소중함을 깊이 유념하고, 예술원이 21세기 문화예술대국, 대한민국을 견인하는 권위와 표상이 되도록 국가적 관심과 국민적 호응을 이끌어 내야 한다.

이를 위해 해야 할 일 중의 첫째는 예술원 회원에 대한 예우를 격상하여 대한민국예술원을 아카데미 프랑세즈와 같은 국가적 자존심의 상징으로 삼는 일이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국격과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적은 액수의 연금이나 영세한 활동지원에 대해 예술원 회원 어느 누구도 불평하지 아니하다. 주어진 형편 가운데 각자 나름대로 열정을 다해 이바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정부와 국민이 먼저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1천300명의 기업인들이 인천국제공항 기업인 전용 귀빈실에서 우대 서비스를 받는 동안 우리의 존경하는 예술원 회원들이 공항대기실에서 받고 있는 예우가 과연 합당한지 반성해야 한다. 공항예우는 하나의 대표 사례일 뿐이다. 나라의 품위와 사회적 명예심의 차원에서 예술원의 위상을 높이는 구체적 예우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는 한편으로 대통령이 예술원 회원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는 기회를 자주 가질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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