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은 소유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김동훈 경기도 건축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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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명품에 대한 갈망을 한다. 명품을 두르면 마치 본인이 명품자체가 되는 것처럼 그 갈망은 동경으로 변해간다. 명품을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 중 아마도 자기 자신이 남들에게 특별하게 보이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면도 있다.

인간의 삶을 몇 단계로 분류하여 보면 첫 번째, 의식주를 해결하고자 하는 단계. 두 번째, 신체의 안전이 확보 되면 사람들은 세 번째 단계에서는 주위로부터 존경 받고 인정받고 싶어 하기 마련인데 명품은 이 단계의 한 예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원가에 비해 상당히 비싼 돈을 주면서도 명품을 소유하고자 한다.

이 점에서 사람들은 가장 큰 오류에 빠지게 된다.

벼룩시장에서 싼 가격에 기분 좋게 구입한 싸구려 액세서리라 하여도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명품 일 수도 있다. 반대로 몇 백만 원을 주고 산 물건이라도 잘 이용 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명품으로서의 가치는 없어지는 것이다.

그 명품을 만든 장인의 정신을 모르면서 겉멋만 낸다면 참 안타까운 일이다.

소유의 매력보다 그 물건에게 어떤 대우를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물건을 선물로 받았다고 해도 그 선물을 준 사람의 마음과 바람을 배려하여 사용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방치하거나 훼손시킨다면 그것의 가치는 상실 될 것이다. 개인도 그러 한데 공공에 있어서는 더구나 우리에게 주어진 명품을 아끼고 보전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있다. 특히 그것이 한번 훼손되면 다시 복구하기가 힘든 자연환경 이거나 훼손되었을 경우 우리세대 뿐만 아니라 다음세대까지 영향을 끼칠 경우 더더욱 신중해야 한다.

나는 얼마 전 영동고속도로를 가다가 항상 마음에 두고 사랑하는 연화장을 습관적으로 보게 되었는데 한때 눈을 의심하게 되었다. 연화장 일대가 험하게 훼손되며 토목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장사 문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수원시 연화장! 화장 문화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에서도 견학을 오는 것은 물론 각, 시군에서도 장사시설을 계획할 때 꼭 다녀가는 견학 코스이기도 한 연화장! 대한민국 환경문화상과 한국건축문화상 본상 등 한꺼번에 두 개의 국내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한 명품건축 연화장이 상을 받았다고 해서가 아니라. 다른 시에서는 이런 시설을 계획할 때 시민들과 많은 갈등과 엄청난 반대 속에 부닥치게 되는데 연화장은 수원시와 시의회 그리고 지역 주민과의 진솔한 대화 등을 통하여 터를 닦고 여기에 건축가의 혼이 담긴 설계와 시공자의 노력으로 하나의 명품이 탄생하게 되었다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그곳은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명품이고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잊지 못할 공간이다. 그런데 이러한 곳 주변에 자연과 주위 환경을 충분히 배려하지 못한 공사가 진행 되는 것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 선진국의 경우 이런 공사를 계획할 때 해당 건축사에게 협의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연화장은 이제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생명력을 가진 존재라고 보아야만 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요즘 연화장에서 정기적으로 작은 음악회에 열리고 있어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분과 가족들의 안식처라 생각하고 잘 감싸 주었으면 한다. 명품을 소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잘 이용하는 지혜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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