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없어지면 기름값 낮아질까?

조응래 경기개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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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초 배럴당 140달러(두바이유 기준) 까지 치솟던 기름 값이 10월이 되면서 배럴당 60달러까지 내려갔다. 이에 따라 2천원에 육박했던 휘발유 값도 최근에는 1천600원대로 떨어졌다. 미국의 금융위기로 시작된 세계 경제의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름 값도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것에 비해 에너지를 과소비하는 사회구조를 갖고 있다. 출퇴근시 승용차 이용률도 선진 외국에 비해 높고, 중형차를 선호하여 유류 소비도 많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에서는 휘발유 및 경유의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교통·에너지·환경세라는 유류세를 부과하고 있다. 1993년에 휘발유와 경유에 부과되던 특별소비세가 교통시설투자를 위한 재원확보를 위해 교통세라는 목적세로 전환됐다. 당초 1994년부터 2003년까지 10년간 한시적으로 부과하기로 하였지만, 2003년 12월 과세시한이 만료됨에 따라 2006년까지 3년간 연장하였다. 목적세 정비차원에서는 교통세를 일반회계에 편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교통세가 원인자부담 원칙에 적합한 세원으로 조세원칙에 부합하며, 유류소비가 유발하는 사회적 비용에 비례한 세금이라는 특성으로 인하여 연장된 것이다. 지난 2006년 말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로 명칭을 변경하고, 2009년 12월 31일까지 과세시한을 또다시 연장하였다.

교통·에너지·환경세의 80%에 해당하는 8조 원 가량의 재원이 교통시설특별회계를 통해서 관리되고 있다. 고속도로와 철도, 공항 및 항만 등의 교통시설은 교통시설특별회계의 재원을 활용하여 건설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도로 부문에 55% 정도, 철도 부문에 17%, 대중교통 부문에 8%, 공항 부문에 4%, 항만 부문에 12%, 광역교통시설 부문에 4% 정도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교통·에너지·환경세의 과세시한이 2009년 만료됨에 따라 기획재정부에서는 최근 법안 폐지를 입법예고하였다. 이에 따라 유류소비와 관련된 세금은 개별소비세법에서 다루게 될 예정이다.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가 교통시설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를 목적으로 운용되던 목적세임을 상기할 때, 개별소비세로 변경된다 하더라도 징수 목적에 맞춰 예산이 운용될 필요가 있다.

외국의 경우 휘발유, 경유 등에 부과되는 세금을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별로 적정하게 배분하고, 이를 교통시설의 투자재원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광역자치단체가 지역의 교통시설에 대해 직접 투자할 뿐만 아니라 기초자치단체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조정·지원하는 역할을 강화할 수 있도록 유류세의 일정 비율을 지방소비세화 하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세금을 부담하는 사람과 세금의 혜택을 받는 사람간의 형평성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만약 유류관련 세금이 교통과 관계없는 사업에 활용된다면 차라리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엄청나게 높은 유류세를 낮추어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내리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 개별소비세법에 따라 유류세가 징수된다고 하더라도 철도,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에 우선적으로 예산이 투입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녹색성장을 유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과 예산투입계획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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